사회 사회일반

임신 중 '이 약' 절대 먹지마라…기형 위험 최대 3.8배 [헬시타임]

일산백병원 한정열 교수, 메타분석 결과

여드름 치료성분 '이소트레티노인’ 복용시 낙태율 65%?

FDA “복용 중단 후 최소 4주 이후 임신해야 안전”

여드름 치료제는 임신부와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이 절대 먹어서는 안 될 약물이다. 이미지투데이여드름 치료제는 임신부와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이 절대 먹어서는 안 될 약물이다. 이미지투데이




임신 중에는 먹지 말라고 하는 음식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직장인이라면 매일 아침 찾는 커피부터 술, 날생선도 임신부가 피해야 할 음식 중 하나다.



건강을 위해 복용하는 의약품도 마찬가지다. 임신부는 물론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이 절대 먹어서는 안 될 약물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여드름 치료제다. 여드름 치료제의 주성분인 ‘이소트레티노인’은 태아 기형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임신부가 이소트레테노인 성분을 복용하면 기형아를 출산할 위험이 최대 3.76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 이소트레티노인 노출 임신부, 기형 출산 위험 3.76배 높아


한정열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교수팀은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논문 중 이소트레티노인을 복용한 임신부 기형 위험 연구들을 종합해 메타 분석했다.

미국 연구 논문 5편과 캐나다 2편, 독일 1편, 네덜란드 1편, 이스라엘이탈리아캐나다 공동 연구 1편 등 총 10편의 논문에서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에 노출된 임신부 2783명이 분석 대상에 포함됐다.

메타분석 결과 이소트레티노인에 노출된 여성의 기형 출산 위험은 비노출군에 비교해 최대 3.76배까지 높게 나타났다. 이소트레티노인을 복용한 임신부 중 연구기간에 출산한 인원은 380명이었다. 그 중 15%인 59명이 기형아를 출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개골·얼굴 기형 중추신경계 손상, 심장기형, 무지외반증, 얼굴·목 기형, 손가락 다지증이 주요 기형으로 나타났다.

여드름 치료약 이소트레티노인 복용 임신부의 기형 유병률. 사진 제공=일산백병원여드름 치료약 이소트레티노인 복용 임신부의 기형 유병률. 사진 제공=일산백병원


다만 분석 시점에 따라 기형 위험도는 차이가 있었다. 2006년 이전 연구에서는 기형 위험이 3.76배로 높았던 반면, 2006년 이후 연구에서는 1.04배로 기형 위험도가 현저히 줄어든 것이다.



한정열 교수는 “예전에 비해 이소트레티노인에 의한 여드름치료가 포준화되어 저용량으로도 치료 효과가 나타난다”며 “여드름 치료제 용량과 기간이 전체적으로 줄면서 태아 기형 출산 위험도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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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소트레티노인’ 복용 임신부의 80%, 낙태로 이어져


한 교수에 따르면 2006년 이전까지 '이소트레티노인' 하루 복용량은 최대 87.3mg이었다. 하지만 2006년 이후에는 절반 수준인 43.7mg으로 줄었다. 그 이후로 많은 다른 연구에서 하루 0.25~0.5mg/kg의 저용량 투여로도 여드름 치료 효능이 확인됐다.

문제는 '이소트레티노인'을 복용한 여성들의 낙태율이다. 분석에 따르면 이소트레티노인을 복용한 임신부의 80% 가량이 낙태로 이어졌다. 이 중 65%는 본인이 선택해 낙태한 것으로 조사됐다.

캐나다 연구에서는 1984~2002년의 기간동안 '이소트레티노인'을 복용한 13~45세 여성 8609명 중 90명이 임신했고, 그 중 76명(84%)이 임신 중절을 선택했다. 미국 연구에서도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을 복용한 임신 여성의 72%가 임신을 중단했다.

국내 데이터도 큰 차이가 없다. 마더세이프전문상담센터 자료에 따르면 2010~2021년 '이소트레티노인'을 복용한 임신 여성들의 상담이 1500건 넘게 진행됐다. 이들 중 50% 이상은 임신중절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신부의 '이소트레티노인'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와 의료인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9년 6월부터 임신예방프로그램인 의약품 위해성 관리계획(Risk Management Plan)을 적용하고 있으나 여전히 국내 임신부의 '이소트레티노인' 노출 위험이 높다는 게 의료계의 지적이다.

◇ 여드름 치료제 남용으로 임신부 ‘이소트레티노인’ 노출 위험 높아


임신부의 '이소트레티노인' 노출 위험이 높은 원인 중 하나로 여드름 치료제의 남용이 지목된다. 식약처가 허용한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의 적응증은 결절성 여드름이나 낭포성 여드름 같이 심한 여드름이다. 다른 일차 약으로 치료 효과가 없는 경우에 한해 처방할 수 있도록 제한되어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경미한 여드름이나 피지 조절을 위해서도 사용할 정도로 남용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정열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임신부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일산백병원한정열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임신부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일산백병원


한정열 교수는 “이소트레티노인은 신경능세포의 활동을 억제하고 세포 간의 상호 작용을 방해해 기형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뇌, 얼굴, 구개, 심장, 척수, 귀, 흉선의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소트레티노인 복용 중 임신을 한 여성들은 기형 위험도가 높아 두려움과 불안감으로 임신을 중단하는 여성들이 많다”며 “이런 여성들은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과 검사를 통해 도움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했다.

미국식품의약품국(FDA)은 '이소트레티노인' 복용 중단 후 최소 4주가 지나고 임신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금기 기간에 이소트레티노인에에 노출된 여성은 비영리단체인 마더세이프전문상담센터를 통해 전문상담을 받는 것도 추천된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대한산부인과학회 ‘Obstetrics & Gynecology Science’ 최근호에 게재됐다.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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