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우려가 짙어지며 코스피 상장사 실적 전망도 속속 현실화하고 있다. 한달 사이 삼성전자(005930) 실적 전망은 10%, SK하이닉스(000660)는 12%나 하락했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 전망을 제시한 코스피 상장사 212곳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컨센서스)는 지난 15일 기준 228조 3055억 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 영업이익 추정치(236조 2983억 원)와 비교하면 3.4% 줄었다. 올해 순이익 추정치도 176조 5061억 원으로 한 달 새 3.3% 감소했다. 매출액 추정치는 2547조 2867억 원으로 0.5% 늘었다.
기업별로 보면 분석 대상의 절반인 106곳(적자 확대·적자 전환 포함)의 영업이익 추정치가 한 달 전보다 감소했다. 반면 85곳(40.1%)은 한 달 전보다 추정치가 증가했다. 경기 침체 직격탄을 맞은 업종의 실적 전망 하향이 특히 두드러졌다. 정보기술(IT) 수요 둔화 및 메모리 가격 하락 여파에 국내 증시를 이끄는 두 대형 반도체 기업의 실적 전망이 크게 낮아진 것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한 달 전 63조 504억 원에서 56조 7260억 원으로 10.0% 하향 조정됐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전망치도 16조 6064억 원에서 14조 6068억 원으로 12.0% 줄었다.
LG디스플레이(034220)는 IT 수요 둔화 영향에 한 달 새 영업이익 전망치가 75.7%(8736억 원→2127억 원), 하이브(352820)의 경우 BTS 단체 활동 중단 여파로 20.2%(3345억 원→2671억 원) 각각 하향 조정됐다. 그 밖에 효성화학(298000)(52.2%↓), 한전기술(052690)(39.1%↓), 대한유화(006650)(20.8%↓), 넷마블(251270)(16.7%↓) 등의 실적 하향 조정 폭도 컸다. 업종별로 보면 증권 업종이 거래대금 감소와 채권 평가손실 확대로 영업이익 전망치가 한 달 전보다 5.8% 낮아졌고 조선 업종은 후판 가격과 인건비 상승, 러시아발(發) 리스크 등에 적자 폭 전망치가 확대됐다. 문제는 치솟는 물가에 미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긴축의 고삐를 죄고, 경기 침체 우려가 커져 하반기부터는 실적 하향 조정이 본격화한다는 점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 요인에 환율이 가세하고 있어 실적이 하향 조정되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경기 둔화의 모습이 구체화될수록 기업 실적의 추가 하향은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2분기까지는 실적이 양호했지만 3분기, 4분기로 갈수록 실적 둔화는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