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저가항공사 에어아시아가 최근 자사의 가상인간 모델인 ‘미스 아바’(Miss AVA)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모두 삭제했다. 미스 아바 공식 인스타그램을 비롯해 에어아시아 공식 인스타그램에서도 관련 게시물을 전부 내렸다. 에어아시아 대변인은 “미스 아바가 가상 비서로서의 근본으로 돌아가, 고객에게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아바는 지난 2019년 에어아시아의 인공지능 챗봇으로 처음 등장해 2020년 3월 미스 아바로 진화하며 가상인간 모델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주로 인스타그램에서 여행 관련 콘텐츠를 게재했다. 당시 에어아시아는 인종, 종교, 국적이 없는 미스 아바가 홍보 모델로 제격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불과 2년여만에 아바는 홍보 모델에서 배제됐다.
에어아시아는 지난 5월 차세대 가상 아이돌을 발굴하고 개발하겠다며 선보였던 가상인간도 은퇴 시킬 예정이다. 8월부터 해당 가상인간의 공식 라이브 스트리밍 및 소셜 미디어 활동이 중단되고, 유튜브 채널 멤버십도 8월에 종료된다.
가상인간 모델을 해고하는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다. 스포츠의류브랜드 푸마 동남아시아도 지난 2020년 자사 운동화 홍보 모델로 가상인간 ‘마야’(Maya)를 채용했지만, 이후 중단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가상인간(Virtual Human)을 회사의 얼굴로 내세우는 기업들이 점차 늘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신한라이프가 가상인간 ‘로지’를 기용한 광고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반대로 에어아시아처럼 가상인간 모델을 ‘해고’하는 기업들 역시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가상인간 모델이 주는 신뢰도가 사람을 넘어설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소비자 연구·데이터 분석 전문기업 밀리유(Milieu)에 따르면 동남아 소비자의 12%만이 ‘인간 인플루언서보다 가상인간 인플루언서가 더 믿을만 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인플루언서를 인간보다 신뢰할 수 없다’는 응답은 이보다 2배 이상 많은 31%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