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TV·방송

[SE★초점] 출생의 비밀→물따귀, 막장극 인기의 끝은 어디인가

KBS '황금가면', '으라차차 내 인생', MBC '비밀의 집' 등

지상파 일일드라마 속 익숙한 '막장 소재'…

김희선 주연 '블랙의 신부', 넷플까지 간 K막장극

우후죽순 막장 설정, 공감 못하는 시청자도 많아

MBC ‘비밀의 집’ 스틸 / 사진=MBC 제공MBC ‘비밀의 집’ 스틸 / 사진=MBC 제공




‘비밀의 집’ 물따귀 장면. / 사진=MBC ‘비밀의 집’ 방송 화면 캡처‘비밀의 집’ 물따귀 장면. / 사진=MBC ‘비밀의 집’ 방송 화면 캡처


‘막장’ 소재는 대표적인 드라마 클리셰다. 그간 SBS '펜트하우스', JTBC '부부의 세계', KBS2 '사랑의 꽈배기', '오케이 광자매',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등 일명 막장 드라마들은 거침없는 전개와 통쾌한 장면으로 시청률은 물론 압도적인 화제성을 자랑했다. 재벌 2세와 평범한 서민의 사랑 이야기, 일명 현실판 신데렐라 스토리는 '흥행 보증수표'라 불릴 만큼 드라마 단골 소재다. 자극적인 장면이 주를 이루는 '매운맛', '마라맛' 전개가 인기몰이를 한 덕에 사모님의 돈 봉투와 물 따귀는 당연한 수준이 됐다.



현재 방영 중인 KBS2 일일드라마 '황금가면', MBC '비밀의 집', KBS1 '으라차차 내인생'에도 금수저 집안과 출생의 비밀이 난무하고 있다. 하물며 ‘K 막장극’은 최근 넷플릭스까지 진출했다. 상류층의 복수와 욕망의 스캔들을 그린 오리지널 드라마 ‘블랙의 신부’(극본 이근영/연출 김정민)는 세계 넷플릭스 TV쇼 부문 8위까지 올라 글로벌한 인기를 얻고 있다.

‘황금가면’ / 사진=KBS2 ‘황금가면’ 방송 화면 캡처‘황금가면’ / 사진=KBS2 ‘황금가면’ 방송 화면 캡처


우선 드라마를 안 보신 분들을 위해 줄거리를 먼저 살펴보자. KBS2 일일드라마 '황금가면'(극본 김민주/연출 어수선)은 KBS2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2'를 집필했던 김민주 작가의 작품으로 한 여자의 복수극을 그린다. 회장님 집안 아들과 결혼한 유수연(차예련)은 극심한 고부갈등에 시달리고, 결국 악의적인 스캔들에 휘말려 집안에서 쫓겨나게 된다. 사랑도, 가족도 한순간에 잃은 수연은 복수를 결심하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비밀의 집’ / 사진=MBC ‘비밀의 집’ 방송 화면 캡처‘비밀의 집’ / 사진=MBC ‘비밀의 집’ 방송 화면 캡처



MBC 일일드라마 '비밀의 집'(극본 원영옥/연출 이민수)은 서민 집안과 재벌 집안, 두 집안의 악연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다. 라이벌 관계인 두 남자 우지환(서하준)과 남태형(정헌)을 둘러싼 가족들의 풀 수 없는 매듭은 회차를 거듭할수록 더 강하게 꼬여 간다. 아들의 뺑소니를 덮어주려 사고의 피해자인 우지환의 치매 걸린 어머니 안경선(윤복인)을 빼돌린 사모님 함숙진(이승연), 출생의 비밀이 있는 딸 솔이(박예린), 세대를 아우르는 회장님의 사랑 훼방까지 얽히고설킨 악연이 예상치 못 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KBS1 일일드라마 '으라차차 내 인생'(극본 구지원/연출 성준해)은 조카의 엄마가 되기로 선택한 싱글맘의 고군분투기다. 외삼촌의 선거를 위해 뺑소니 사고를 덮은 가족, 그 피해로 사망한 서재석(설정환), 혼자 남아 오빠 서재석의 아이를 키우게 된 서동희(남상지)까지. 과거와 현재의 질긴 악연에 맞서는 싱글맘 서동희의 홀로서기가 주된 내용이다.

‘으라차차 내 인생’ / 사진-=KBS1 ‘으라차차 내 인생’ 방송 화면 캡처‘으라차차 내 인생’ / 사진-=KBS1 ‘으라차차 내 인생’ 방송 화면 캡처


세 드라마 모두 재벌, 회장님, 복수, 야망, 재산, 출생의 비밀, 뺑소니 같은 자극적 소재를 포함한다. 이른바 ‘막장 전개’가 주는 통쾌함에 높은 시청률은 물론 꾸준히 사랑받으며 숱한 이야기를 양산해 왔다. 이런 막장 소재는 드라마에서 워낙 자주 다뤄졌던 탓에 익숙한 듯하지만 사실 현실에선 쉽게 마주할 수 없는 낯선 설정이 대부분이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막장극에 공감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혼란스러운 전개를 따라가지 못하고, 몰입에 방해를 느끼는 시청자도 상당하다. 뿐만 아니라 가족들과 함께 TV를 시청하기 좋은 저녁 시간, 일명 ‘황금시간대'에 평범한 우리네 일상을 그리는 작품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은 상당한 아이러니다. 넷플릭스 때문에 시청자들이 TV 앞을 떠났다곤 하지만 정작 TV 속 ‘일일드라마’들 현실은 선택의 폭을 좁히게 만든다.

미디어의 역할이 가지는 무게감 역시 헤아려야 할 사항. 어떤 소재가 어떻게 노출 되느냐에 따라 사회의 분위기와 통념은 충분히 뒤바뀔 수 있다. 최근 자폐 변호사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한 편으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극본 문지원/연출 유인식)가 대표 사례다.

현실에 일어나지 않을 법한 자극적 이야기가 주는 쾌락과 '시청률 보증수표'가 지닌 힘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너도 나도 이를 차용하기 보다 선택의 폭을 넓히는 다양한 일일드라마가 생겨나길 기대해 본다.


전세린 인턴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