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곡물 가격이 하향 안정 흐름을 이어가면서 국내 식품 업계가 원가 부담을 덜어내고 주가 상승에 날개를 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국제 곡물 수입 가격이 식품 업체에 반영되기까지 통상 3개월 정도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말 식품 업계의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9일 CJ제일제당(097950)은 전일 대비 8.62% 급등한 42만 8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삼양식품(003230)은 전날보다 1.32% 오른 11만 55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8월 들어 이들은 각각 9.45%, 12.14% 올랐다. 이달 들어 대상(8.72%), 풀무원(017810)(7.78%), 사조대림(003960)(5.41%), 오리온(271560)(4.48%) 등도 일제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소맥·팜유 등 곡물 가격 급등으로 식품 업체에 비용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CJ제일제당·삼양식품 등 국내 대표 업체들이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업계 전반에 주가 훈풍이 부는 모습이다. 전날 CJ제일제당은 2분기 연결 기준 잠정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9.1% 늘어난 7조 5166억 원, 영업이익은 7.4% 증가한 5043억 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특히 해외 식품 사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 60% 증가하며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전년 동기 높은 기저 효과에도 불구하고 (CJ제일제당은) 양호한 실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국내외 식품 시장에서 브랜드력이 상승했으며 원가 부담에 대한 적절한 대응으로 향후 실적 개선 추세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양식품 역시 올해 상반기 라면 수출액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역대 최대 매출액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6월 라면 수출액은 3억 8340만 달러(약 5000억 원)로 지난해 상반기(3억 1969만 달러)보다 19.9% 증가했다. 삼양식품은 늘어나는 수출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2400억 원 규모의 밀양 신공장을 완공하고 생산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재개로 곡물 가격이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는 소식도 주가 상승세에 힘을 더한다. 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7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달 대비 8.6% 하락한 140.9포인트를 기록했다. 이 중 곡물가격지수는 전달보다 11.5% 떨어졌다. 아울러 국내 식품 업체들이 선제적으로 국제 곡물 가격 급등에 연동해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선 점도 마진율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CJ제일제당·오뚜기·동원F&B 등 업체들은 이달부터 식용유·가공식품 가격을 올린 바 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이르면 10월부터 실적 개선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식품 업체들은 통상 3~6개월분의 원재료 재고를 비축해두기 때문에 국제 곡물 가격 변화는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이에 따라 곡물가 하락에 따른 원가 부담 감소는 4분기 이후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은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곡물가가 빠르게 하락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 4분기 이후부터 (식품주의) 부담이 완화되고 견고한 실적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