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이재용의 ‘인재확보’ 특명…삼성전자, 반도체 사장단 총출동[뒷북비즈]

삼성, 5개 대학과 24일까지 T&C포럼

국내서 경영진 총출동 인재행사 처음

인재와 기술 강조한 이재용 의중 반영

마이크론·CATL 등도 韓인재영입 사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경기도 화성시 소재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방문해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한 후 직원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경기도 화성시 소재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방문해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한 후 직원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글로벌 반도체 기술 경쟁이 ‘인력 확보전’ 양상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삼성전자(005930)가 반도체(DS) 부문 사장들을 총동원해 석·박사급 우수 인재 확보에 나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복권된 뒤 19일에 열린 사장단과의 간담회에서도 이 부회장은 반도체·배터리·바이오·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 인재의 선제적 확보가 중요하다며 “인재 투자는 아끼지 말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 부문은 16일부터 24일까지 서울대·KAIST·연세대·성균관대·포항공대 등 5개 대학의 석·박사 재학생과 졸업생을 대상으로 ‘테크앤드커리어(T&C)포럼’을 비공개로 개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모든 행사는 5시간 동안 강연과 취업 상담을 병행하는 대면 방식으로 진행된다. 서울대(16일), KAIST(17일), 연세대(18일)는 이미 행사를 마쳤고 성균관대(23일), 포항공대(24일)는 참석자 신청을 받고 있다. T&C포럼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분야의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2016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글로벌 채용 설명회로 주로 해외 대학에서 진행돼왔다. 국내에서 특정 대학에 주요 경영진이 대규모로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이 서울대와 성균관대, 정은승 DS 부문 최고기술경영자(CTO)가 KAIST,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이 연세대, 박용인 LSI사업부장이 포항공대를 각각 찾아 강연에 나선다.

이처럼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사장들이 인재 확보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것은 미국과 중국 등 경쟁국 기업들이 반도체·배터리·전기차 등의 분야에서 한국 인재를 전방위적으로 영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수 인재 확보전에서 밀린다면 초격차 기술 전략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인텔·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수십조 원의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면서 필요 인력을 한국에서 충원하고 있다. 극자외선(EUV) 분야에서 실무 경험이 풍부한 인력과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영입 활동을 벌이고 있다. 중국 배터리 기업 CATL은 한국 지사를 설립하고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K배터리 인재를 정조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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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등 5개 대학에서 진행됐거나 개최 예정인 T&C포럼의 개요를 보면 ‘석·박사 채용박람회’를 방불하게 한다. 삼성전자는 이번 T&C포럼 모든 행사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글로벌 채용 그룹장인 김희승 상무, 신입 박사 출신의 삼성전자 현직자 등을 동행해 핵심 목적이 ‘인력 확보’에 있다는 뜻을 명확히 전했다. 특히 포럼 참석 대상을 각 대학의 공대 대학원생·졸업생으로 정하고 신분 확인을 거쳐 참석할 수 있도록 해 명확한 ‘타깃’을 설정했다.

총 4명의 사장은 ‘미래 기술을 선도하는 삼성전자 DS’를 주제로 글로벌 최전선에 선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소개한다. 사업 분야별로 강연에 나서는 부사장·상무·마스터 등 기술 임원 12명은 기술 세션을 통해 대학원생들의 ‘승부욕’을 자극하며 구애에 나선다.

3개 파트로 나뉜 세미나가 진행되는 동안 행사장의 가장 큰 공간에서 분야별 총 30개의 부스를 갖추고 현직자와의 일대일 상담, 직무 상담, 박사 장학생 제도 소개 등을 진행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용 브랜드 제고의 일환으로 온·오프라인을 병행하며 포럼을 확대하고 있다”며 “테크니션 임원과의 심도 있는 기술 토론을 통해 삼성전자와 지원자 간 쌍방향 발전적인 포럼을 운영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 행사는 원래 삼성전자가 2016년부터 진행해왔지만 대부분 해외 대학 중심이었거나 비대면 행사였다. 여전히 코로나19 확산세가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대규모 대면 행사를 계획했다는 자체가 삼성전자의 전문 인력 확보에 대한 위기 의식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문제는 삼성전자의 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필요한 석·박사 규모가 줄어들고 있어 인재 풀 자체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데 있다. 석·박사에 학부 관련 전공자까지 모두 더해도 국내에서 1년에 배출되는 반도체 인력은 2000명 안팎 수준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매년 업계 전반에서 3000명가량의 인력 부족이 나타난다고 보고 있다. 정부의 R&D 지원이 줄어들고 학문의 난도가 높아 대학원 기피 현상이 발생하면서 석·박사 인력은 특히 더욱 희소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계약학과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대학 정원 규제 해소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답답할 뿐”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인재난 속에서 석·박사 외에도 학부 등 전방위적인 인재 확보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는 상반기에 박용인 시스템LSI 사업부장이 서울대·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을 찾아 학부생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하는 등 인력 확보를 위한 선제적인 대응에 힘을 쏟았다. 학부 강연에 사장급 인사가 직접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최근에는 전국 이공계·자연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반도체 기초·8대 공정에 대한 서바이벌 미션 수행을 통해 DS 부문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삼성전자 샤이닝스타’ 프로그램을 3차에 걸쳐 진행하고 있다. 2차까지 일정을 마쳤고 22일부터 3차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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