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한국인, 北·日보다 中에 더 싸늘…'中 비호감' 8년새 27% → 60%

■기로에선 한중 30년

[본지, 썸트렌드 빅데이터 분석…인식변화 보니]

SNS 부정언급량 中만 2배 상승

對中 '감정온도'도 매년 내림세

사드 사태 후 양국 문화전쟁 확산

코로나發 대면 교류협력도 사라져

작은 사건에도 반중·혐한 되풀이

8월초 중국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맞대응으로 대만 주변에서 군사훈련을 시작하면서 항공사들의 운항 차질이 빚어진 5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동남아 등 출발 항공편 안내 모니터/연합뉴스8월초 중국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맞대응으로 대만 주변에서 군사훈련을 시작하면서 항공사들의 운항 차질이 빚어진 5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동남아 등 출발 항공편 안내 모니터/연합뉴스




한국인의 중국 비호감 정서가 지난 8년 동안 27%에서 60%로 수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중 수교 30주년(8월 24일)을 앞두고 양국 우호 관계가 강화돼야 할 시점에 오히려 반중 정서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면서 여론에 편승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까지 더해지고 있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의존한다는 이른바 ‘안미경중’의 외교 노선도 이제는 하나를 빼야 한다는 식이다.



그렇다고 ‘탈중국’을 대놓고 선택할 수도 없다. 한국은 중국과 경제적·외교적 상호 의존성이 지나치게 높다.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며 무역의존도 1위인 국가다. 남북 관계가 극도로 경색된 가운데 북한이 대화의 장에 나오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반중 감정이 극대화된 ‘차이나 쇼크’의 분기점들은 빅데이터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22일 서울경제가 빅데이터 분석 도구 썸트렌드를 활용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중국·미국·일본·북한과 함께 언급되는 연관 단어를 분석한 결과 데이터가 수집된 2014년 8월 27%를 기록한 중국 비호감 연관 단어는 이후 40%대를 넘어섰고 올해는 매달 50%대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뒤 양안 갈등이 첨예해진 8월에는 61%에 달하는 등 중국에 대한 비호감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반면 36%(2014년 8월)의 비호감을 기록했던 미국은 8월 현재 43%다. 같은 기간 일본은 33%로 같은 수치를 보였고 북한은 65%에서 59%로 오히려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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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명과 함께 언급되는 SNS의 연관 단어상으로 중국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부정적 이미지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셈이다. 이 같은 결과는 한국리서치가 정기적으로 조사하는 ‘한반도 주변 5개국 감정 온도’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한반도 주변국에 대해 느끼는 감정 온도를 0도는 매우 차갑고 부정적인 감정, 100도는 매우 뜨겁고 긍정적인 감정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달 중국에 대한 감정 온도는 23.9도로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8년 이후 가장 낮았다. 역사 문제로 갈등의 골이 깊은 일본은 29.0도, 북한도 29.4도였다. 말 그대로 중국에 대한 감정이 일본과 북한보다 더 차가워졌다.

썸트렌드에 따르면 반중 감정의 기폭제는 2016년 사드 사태였다. 그 전까지는 부정 언어가 50% 이상을 기록했어도 산발적인 수준에 그쳤다면 2016년 사드 사태로 중국이 한한령 보복을 시작하자 부정 언급인 ‘황당하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미국과 일본·북한을 제치게 됐다.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의 저자 한청훤 씨는 “한한령으로 인해 장밋빛으로만 비치던 중국 비즈니스들이 중국 정부의 정치 외교적 결정 하나로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빠졌고, 중국을 바라보던 관점에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한 공연자가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2월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한 공연자가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문화 전쟁은 양국 갈등에 기름을 붓는 촉매제가 됐다.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의 쯔이가 대만기를 들었다며 중국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았던 일이나 역사 왜곡 논란이 있던 드라마 조선구마사에 중국 자본이 투입됐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2회 만에 편성을 취소하는 등 김치, 한복, 아이돌 그룹 등 문화 전반으로 갈등이 확산됐다. 결정타는 올 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복을 입은 조선족이 등장한 것이었다. 여기에 쇼트트랙 ‘편파 판정’은 8월 현재까지도 중국 관련 최대 검색어가 ‘실격’으로 조회될 만큼 부정 인식을 확산시켰다. 당시 부정 언급량은 64%로 최대치다.

비호감, 한중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데는 코로나19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교류 협력의 단절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면대면 교류가 없어지면서 내가 믿고 싶은 것을 믿으려고 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주로 인터넷을 통해 소통하다 보니 작은 사건에도 혐오나 반중, 중국에서는 혐한 감정들이 폭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한중 간의 정치체제가 다르고 상호 가치관이 다른 상황에서 교류까지 차단되다 보니 보고 싶은 것만 계속 보는 악화가 더 심화하는 양상”이라고 우려했다.


송종호 기자·박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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