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국은 P-CAB 신약 종주국…항궤양제 연구 주도권 잡을 기회"

■ 이상길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유럽장질환학회 포스터세션에서 연구 발표

시험관실험으로 P-CAB 위암 예방 가능성 확인

10일(현지시간) 유럽장질환학회에서 만난 이상길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P-CAB 신약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경진 기자10일(현지시간) 유럽장질환학회에서 만난 이상길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P-CAB 신약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경진 기자




"새로운 기전의 위식도역류질환(GERD) 치료제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차단제)은 한국이 종주국이나 다름 없습니다. 처방 경험도 해외 어느 국가보다 많이 쌓이고 있죠. 소화성 궤양제 연구의 주도권을 잡을 절호의 기회입니다. "



10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의 메세 빈 컨벤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장질환학회(UEGW 2022)에서 만난 이상길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P-CAB 신약의 잠재력을 다양한 연구로 증명해 보이고 싶다"며 이 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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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AB은 위벽에서 위산을 분비하는 양성자 펌프를 가역적으로 차단하는 기전의 약물이다. 기존에 쓰이던 PPI(프로톤펌프억제제) 계열은 위산 분비의 최종 단계에 관여하는 위 내 프로톤을 비가역적으로 저해하다 보니 약효가 3~5일 가량 늦게 나타나고 식사 전에 복용해야 한다는 불편감이 따랐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등장한 P-CAB 계열 국산 신약들은 발매와 동시에 처방 영향력을 빠르게 키워나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상업화에 성공한 P-CAB 제제는 일본 다케다의 '다케캡'(성분명 보노프라잔)·HK이노엔(195940)의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대웅제약(069620)의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 3종 뿐이다. 제일약품(271980)의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도 최근 P-CAB 계열 신약후보물질을 3상임상 단계에 진입시켰다. 그의 표현대로 드물게 국내 기업이 선도하는 신약 연구개발 분야인 셈이다.

10일(현지시간) 유럽장질환학회 포스터 세션에서 이상길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연구자들과 발표 내용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안경진 기자10일(현지시간) 유럽장질환학회 포스터 세션에서 이상길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연구자들과 발표 내용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안경진 기자


이 교수는 차별적 기전으로 작용하는 P-CAB 신약이 소화기 분야에서 갖는 잠재력이 높다고 보고 다양한 연구를 시도하고 있다. 이번 학회에서도 P-CAB 신약으로만 총 3건의 연구에 이름을 올렸다. 이 교수는 "최근 급증하는 GERD 환자들 중에는 야간 속쓰림으로 수면을 방해받는 경우가 많다"며 "PPI 계열 대표 성분인 에소메프라졸과 비교 연구를 통해 테고프라잔이 야간 속쓰림 증상을 빠르게 완화하고 수면장애 개선에도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파일럿 연구에서 확인된 효능을 본격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대규모 후속 연구도 추진하고 있다. 올 7월 '케이캡'의 새로운 적응증으로 추가된 GERD 치료 후 유지요법 관련 임상시험도 그가 참여한 연구다. 이날 오후에는 테고프라잔의 위암세포 증식 및 진행 억제 효과를 살펴본 시험관(in vitro) 실험 결과를 포스터 세션에서 발표하며 해외 연구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 교수는 "아직 유럽에선 P-CAB 사용 경험이 없다 보니 한국의 임상데이터와 처방 경험에 관심이 높다"며 "국내 연구자들의 우수성과 함께 국산 신약이 국제적으로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데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빈(오스트리아)=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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