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수출 3대 축 '美·中·반도체' 모두 휘청…올 무역적자 첫 300억弗 돌파

■韓 10월 무역적자 38억弗

美中 수출 각각 21·23% 줄고

주력 품목 반도체도 20% 급감





이달도 우리 경제는 무역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0일까지 38억 달러의 무역적자가 발생하면서 사상 최초 연간 300억 달러 적자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4월부터 6개월 연속 이어진 무역수지 적자 행진도 한 달 더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 반도체 등 우리 수출을 지탱하던 핵심 축이 모두 흔들리고 있는 터라 무역적자 규모는 더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관세청의 발표를 보면 이달 무역적자를 키운 핵심 원인은 수출 부진이었다. 이달 들어 10일까지의 수출액은 117억 97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2% 감소했다. 조업 일수를 고려하지 않아 실제 수출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하루 평균 수출액도 12.2% 줄었다. 일평균 수출액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2020년 9월 이후 2년 만이다.

수입(156억 2200만 달러)이 전년보다 11.3% 줄기는 했지만 수출 감소 폭이 더 커 무역적자를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올 들어 쌓인 무역적자는 327억 1400만 달러로 1956년 무역수지 집계 이래 처음으로 3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수출이 꺾인 것은 주력 품목인 반도체 판매 실적이 예년에 비해 크게 저조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20.6% 감소했다. 수요가 줄고 재고가 쌓이면서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하락세를 보인 영향이다. 철강(-36.1%)과 무선통신기기(-21%), 컴퓨터 (-36.7%) 등도 줄었다. 주요 수출품 중 실적이 늘어난 품목은 선박(76.4%)과 승용차(5.4%)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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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로 보면 우리의 양대 교역국인 중국과 미국으로의 수출이 각 23.4%, 21.4% 감소했다. 우리나라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두 국가로 향하는 물량이 줄면서 전체 수출 감소 폭을 키웠다. ‘제3 시장’인 베트남으로의 수출도 11.9% 축소됐다.

문제는 수출 부진 흐름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도체 업황을 가늠할 수 있는 D램 고정 가격 동향을 보면 올해 1분기 3.41달러에서 3분기 2.88달러, 4분기 2.50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상반기 단행한 코로나19 봉쇄 조치의 여파를 겪고 있어 경기 반등 시점이 불투명한 점도 우려스럽다. 실제 세계은행은 지난달 중국의 올해 성장률을 2.8%로 당초 전망치보다 2.2%포인트 낮춰 잡았다.

답답한 것은 반도체 업황 악화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당장 중국만 해도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경제 봉쇄, 미국의 반도체 수출 금지 등으로 서버 투자 등이 크게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경제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여서 메모리 등의 수출이 다시 살아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여기에 연료 소비가 많은 겨울과 맞물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악화되면 에너지 가격이 더 뛰어 우리 기업의 원가 부담은 한층 커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대외 요인이 급변하지 않는 한 당분간 무역적자가 더 불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무역적자는 누적될수록 환율 상승을 부추겨 수입물가를 띄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무역적자 누적→환율 상승→수입물가 상승→무역적자 확대’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굳어질 수 있다.


세종=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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