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 트러스 내각의 감세안으로 촉발된 연기금 파산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지난달 말 국채 매입 조치를 단행한 영국중앙은행(BOE) 총재가 기관투자가에 “긴급 지원은 딱 3일 남았다”는 ‘최후통첩’을 날렸다. 이에 국제 금융시장이 또 한 번 요동쳤다. 이후 BOE가 국채 매입 조치 연장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까지 나왔지만 BOE가 이를 공식 반박하면서 영국 금융시장의 혼란이 쉽사리 진정되지 않는 모습이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는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금융협회(IIF) 멤버십 연례총회에서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에 보내는 나의 메시지는 이제 (매입 조치가) 단 3일 남았다는 것”이라며 “기관투자가들은 주말까지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당국의 개입은 일시적이어야 한다”며 계획대로 14일에 채권시장 개입을 중단하겠다고 못 박았다. 연금생애저축협회 등 영국 연기금 업계가 BOE에 국채 매입 기한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를 거절한 것이다.
베일리 총재의 발언은 국제 금융시장에 즉각적인 파장과 혼란을 낳았다. 30년 만기 영국 국채금리는 이날 장중 4.8%를 넘어서며 지난달 말 BOE의 시장 개입 당시 수준(연 4.99%)에 근접했고 미국 뉴욕증시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미국 정크본드 시장도 흔들렸다. 베일리 총재의 최후통첩이 있기 전부터 영국 기관투자가들이 마진콜 대응을 위해 보유 자산인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을 앞다퉈 팔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강력한 매도 압력에 CLO 가격이 급락하고 거래량도 예년의 두 배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혼란 속에 파이낸셜타임스(FT)는 “BOE가 일부 은행 관계자들에 시장 여건을 고려해 필요 시 국채 매입 기한을 늘릴 준비가 돼 있음을 통보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BOE는 12일 오전 이를 공식 반박했다. BOE 대변인은 e메일 성명을 내고 “우리가 처음부터 밝혀 왔듯 일시적이고 인위적인 채권시장 개입은 14일에 종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30년 만기 영국 국채금리는 장중 5.06%를 기록하며 급등했다.
다만 BOE의 ‘선 긋기’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BOE가 채권 매입을 예정대로 끝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구심도 여전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시장에서는 BOE가 시장의 요구에 대해 수용적이었던 만큼 금융시장 혼란이 지속될 경우 도망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