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환율·금리·물가 ‘3高 한파’에…자동차 부품사 33%가 적자

■외감 대상 516곳 전수 조사

덩치 큰 1차 협력사마저 흔들려

적자 기업 중 42%는 중견기업

286곳 영업익률 업계평균 하회

“부품사 전반 경영난 심화할 듯”


지난해 국내 자동차 부품사 10곳 가운데 3곳 이상이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 들어 고환율·고금리·고물가 등 삼중고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완성차업체들과 달리 이들 부품사는 치솟은 원자재 값과 물류비, 인건비 등을 감당하지 못한채 벼량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서울경제신문이 올해 3월까지 금융감독원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외부감사 대상 자동차 부품기업 516곳의 실적을 전수조사한 결과 33.3%인 172곳이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적자는 기업 규모를 가리지 않고 발생했다. 적자 기업 중 과반(58.1%)인 100곳이 중소기업이었고, 중견기업(대기업 1곳 포함)도 72곳(41.9%)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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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수익성을 판단하는 잣대인 영업이익률은 2.1%에 그쳤다. 일본 완성차 부품사들이 매년 5%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는 것과 대비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조사대상 업체의 절반 이상이 평균 영업이익률(2.1%)을 밑돌았다는 점이다. 적자가 아니더라도 수익성이 좋지 않은 기업들이 많다는 얘기다. 지난해 금감원에 실적을 공개한 516개 업체 가운데 전체 영업이익률을 하회한 곳은 286개사로 55.4%에 달했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중소기업이 148개로 가장 많았고, 중견기업 132개, 대기업 6개 등의 순이었다.

지난해 영업적자율이 30%를 넘는 부품사도 7개사에 달했다. 타타대우 납품업체인 엔지브이아이의 영업적자율은 103.7%로 가장 컸고, 쌍용 납품사인 동광기연도 60.4%의 영업적자율을 기록했다. 현대차·기아 부품사인 대흥공업(-41.6%)과 현대차·기아·쌍용차 등에 부품을 공급하는 진원(-37.8%), 동희(-36.2%)도 큰 폭의 적자를 냈다. 한국GM 부품사인 화성(-31.8%), 르노코리아에 납품하는 흥아포밍(-31.1%) 등도 매출액 대비 영업적자가 컸다.

외감 대상인 자동차 부품기업은 주로 기업규모가 큰 1차 협력사들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 외감대상이 아닌 기업으로 조사 대상을 넓힐 경우 부품사들의 경영난이 더욱 심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 따른 반도체 부족과 최근 벌어지고 있는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원자재값 상승의 부담을 부품업체들이 오롯이 짊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류비 증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까지 가중되며 부품업체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지난해 부품업체의 경영 성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자 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이 전체의 36.6%였다.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이면 당해년도 영업에서 벌어들인 이익으로 그 해 이자도 다 못갚는다는 것을 뜻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불확실한 대내외 경제 환경에도 완성차 업체들이 올해 최대 실적을 이어가는 배경엔 원가 상승 부담을 떠안은 부품업체들이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천안 소재의 한 자동차 부품기업 관계자는 “올해엔 이미 올라버린 인건비에다 원자재값 인상, 각종 물류비와 전기료까지 따지면 부대 비용이 더 늘었다”며 “올해 완성차업체의 국내 생산량도 전년대비 2% 안팎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부품기업들의 경영난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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