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신용스프레드 13년 만에 최고…채권시장 불안 커진다

유동성 위험·초우량물 구축 효과 영향

한은 “레고랜드 사태 영향 모니터링”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모니터에 한국 국채수익률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모니터에 한국 국채수익률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외 통화 긴축 영향으로 장기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신용스프레드가 1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레고랜드 사태로 시장이 더욱 불안해진 만큼 위축된 신용채권시장이 당분간 개선되긴 어려울 것이란 진단이다.



20일 한은 금융시장국 채권시장팀이 작성한 ‘최근 신용채권시장 상황 평가: 신용스프레드 확대요인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신용스프레드 수준은 114bp(1bp는 0.01%포인트)로 2009년 9월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다. 2012~2021년 중 장기평균치 43bp를 훌쩍 넘었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위기 당시 나타났던 고점(78bp)보다도 높다.

신용스프레드는 신용채권 금리와 국고채 금리의 차이다. 신용스프레드가 확대될수록 신용채권 가격이 떨어진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만큼 일반기업이나 금융 기관이 시장성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때 들어가는 비용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한은은 최근 신용스프레드 확대 요인을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분석했다. 먼저 수요 측면에서는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신용도와 유동성이 낮은 신용채권에 대한 위험프리미엄이 커졌다. 지난 6월 이후 기업의 예상부도확률(EDF)이 경기위축 우려 등으로 우량·비우량 등급 모두 상당 폭 상승하는 등 시장 전반의 신용위험에 대한 경계감이 고조된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또 주요국 통화 긴축 가속화로 유동성 선호가 강화되면서 시장 불안 시 환금성이 제약되는 신용물에 대한 투자 유인이 약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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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상승에 대한 평가손실 우려와 투자재원 감소 등 제도적 요인까지 겹치면서 주요 신용채권 투자기관의 투자 여력도 약해졌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금리 상승에 따른 평가손실 우려가 높은 데다 각각 채권형 펀드 순유출, ELS 관련 여전채 편입 제한 등으로 투자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다. 은행은 투자 재원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규제의 단계적 정상화 등으로 고유동성자산 인정 등에서 불리한 신용채권 투자가 쉽지 않다.

공급 측면에서도 신용채권 발행물량이 과거보다 크게 확대돼 수급 부담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1~9월 중 신용채권 순발행 규모는 49조 8000억 원으로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 67조 6000억 원 대비 적지만 2012~2021년 장기 평균치 24조 8000억 원을 크게 넘어선다. 또 신용채권 발행이 특수채나 은행채 등 초우량물에 집중되면서 다른 신용채권 수요를 위축시키는 구축효과도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신용채권시장의 유동성 위험 요인, 초우량물 공급 확대 영향 등이 신용스프레드 확대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했다. 앞으로도 주요국 통화 긴축 강화 등으로 금융시장의 높은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만큼 단기간 내 신용채권시장 위축이 크게 개선되긴 어려울 것이란 평가다.

특히 9월 말 발생한 레고랜드 사태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시장 불안으로 신용 경계감이 높아진 점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가 강원중도개발공사의 기업회생을 시청하면서 공사의 대출채권을 기초로 발행된 2050억 원 규모의 ABCP 상환이 미이행됐고 이달 6일 최종 부도처리 되면서 기업어음(CP) 시장의 자금조달 여건이 급격히 악화되는 상황이다.

박성진 한은 채권시장팀장은 “레고랜드 사태가 시장의 신용 경계감을 상당히 높이는 영향을 주고 있어 파급 효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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