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죄수는 현대판 노예…美 민영 교도소의 민낯

■아메리칸 프리즌

셰인 바우어 지음, 동아시아 펴냄





미국, 영국, 호주 등 영미권 국가에는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교도소가 활발하다. 대표적 국가는 미국으로, 민간 교정회사 중 가장 큰 회사인 CCA가 미국 전역에 운영하는 교도소에는 전국 재소자의 8%인 13만명가량이 수감돼 있다.



‘아메리칸 프리즌’은 미국 잡지 ‘마더 존스’의 셰인 바우어 기자가 CCA가 운영하는 미 루이지애나 주의 윈 교정센터라는 민영교도소의 실태를 전하는 르포르타주다. 저자는 취재를 위해 2014년에 4개월간 윈 교정센터에 교도관으로 위장 취업했다. 2009년부터 2년여간 이란에서 복역하면서 생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도 취재를 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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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비용 절감과 이윤 추구의 극대화를 우선시하는 민영교도소의 기본 원리 속에 방치돼 고통받는 재소자와 교도관의 실태를 가감 없이 전한다. 한 재소자는 정신건강의 문제를 오랫동안 호소했지만 제대로 된 재활치료를 받지 못한 채 3년간 자살 방지를 위한 감시방만 17번이나 오갔다. 감시 비용이 많이 드는 자살감시방을 나온 이 재소자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일반 재소자들의 식사시간은 규정상 20분이지만 실제로 10분에 불과하고, 독방의 크기는 기준보다 턱없이 작다.

교도관 역시 사정은 좋지 않다. 1991년 이래 계속 임금이 동결된 탓에 그들은 시급으로 패스트푸드점 알바생 수준인 9달러를 받는다. 보수가 적으니 교도관 수는 항상 모자라고, 재소자 관리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불만이 고조된 재소자들은 교도관들에게 폭언을 퍼붓고, 교도관들은 더욱 강압적으로 재소자들을 대한다. 2016년 미국 연방정부의 연구 결과, 민영교도소는 공영에 비해 재소자 간 폭력이 28% 많았으며, 무기 소지도 거의 2배나 많았다.

저자는 민영교도소의 존재 자체가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고 말한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죄수를 노동력 착취의 대상 혹은 돈벌이의 수단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책은 미국 노예제도에서 시작된 교도소 사업이 어떻게 민영교도소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역사적 고찰도 전한다. 미국은 노예제를 폐지하면서 수정헌법 조항으로 죄수의 강제노동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고, 죄수의 대다수인 흑인들이 강제 노역을 하게 된다. 이런 방식의 노역이 높은 수익성을 가져오면서 교도소 설립이 늘었지만, 투옥되는 사람도 급증하면서 비용을 절감한다는 이유로 민영교도소가 등장했다. 1만8000원.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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