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15억 초과 아파트發 훈풍?…"급매만 일부 소진 될듯"

◆주담대 규제 완화…거래 절벽 풀릴까

안정적 고소득자 중심으로

대출받아 매수 나서겠지만

"연말 주담대 8%대" 전망속

DSR 규제 여전히 묶여있어

시장 분위기 반전 쉽잖을 듯





정부가 15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50%까지 허용하기로 하면서 서울 강남4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고가 아파트의 급매가 일부 소화되면서 거래절벽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다만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이자 부담이 워낙 커진 데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킬 만한 효과가 나타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28일 서울경제가 KB시세 15억 원 이상 단지 인근의 공인중개업소들에 문의한 결과 대출이 가능한 경우 급매로 나온 15억 원 초과 아파트를 매수할 의향이 있는 잠재적 수요가 일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평형의 호가가 15억 원을 넘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A 씨는 “27억 원에 신고가를 기록했던 전용 84㎡의 호가가 19억 원까지 떨어지자 슬슬 관심을 보이는 손님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현금이 부족해 매수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정부 발표대로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해질 경우 부족한 금액만큼 대출을 받아 저렴한 ‘급매’를 사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마포구 아현동 공인중개사 B 씨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가장 작은 평형도 KB시세 15억 5000만 원으로 주택담보대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금이 부족한 수요자들은 대출이 가능한 인근의 다른 단지를 선택하고는 했다”면서 “규제가 풀리면 실거주자들이 ‘마래푸’도 선택지에 넣어 급매 위주로 사들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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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도 현금만으로는 매수에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인기 지역들을 위주로 시세보다 저렴한 매물은 거래가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지금은 15억 원 이상 아파트는 급매로 나와도 현금이 없으면 엄두도 못 내지만, 대출이 가능해지면 안정적인 고소득자들은 일부를 대출받아 매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며 “수요층이 확대돼 최소한 ‘급매’는 팔리면서 부동산 거래절벽도 조금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만 정부의 이번 조치가 현재의 집값 하락이나 거래량 감소 추세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커지는 대출이자 부담과 DSR 규제로 인해 시세 대비 상당히 저렴한 매물을 제외하고는 매수심리가 여전히 위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집값이 하락 국면에서 상승으로 전환하려면 급매가 모두 팔린 뒤 이보다 비싼 매물이 다시 반복적으로 팔려야 한다”며 “하지만 연말 주담대 금리가 8%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여전히 DSR 규제가 있기 때문에 당장 시장 분위기가 전환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규제가 사라지더라도 금리가 치솟고 있어 매수자들이 대출을 많이 받아 집을 사기에는 큰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15억 원 초과 단지가 대부분인 송파구를 중심으로 강남 집값 하락세는 심화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송파구 아파트 값은 0.43% 하락해 10년 3개월여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이다. 강남·서초구도 각각 0.23%, 0.18% 하락하며 지난주보다 낙폭을 키웠다. 매수심리도 갈수록 쪼그라들면서 이번 주 강남4구(동남권)의 매매수급지수는 79.4를 기록해 2019년 6월 둘째 주(78.7) 이후 처음으로 70대로 떨어졌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인 ‘100’보다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거래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면적 84.9㎡는 이달 15일 17억 7000만 원(25층)에 거래됐다. 1년 전인 지난해 10월 기록한 신고가 25억 2000만 원(24층)보다 7억 5000만 원 하락한 금액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집주인이 다른 주택을 매수해 잔금 일자가 다가오는데 매수자가 없어 처음 내놓은 22억 원보다 4억 원 이상 낮춰서야 거래됐다”고 말했다. 같은 단지 전용면적 144.8㎡ 역시 지난해 10월 기록했던 신고가 33억 원(22층)보다 8억 원 떨어진 25억 원(23층)에 이달 4일 거래됐다. 잠실동 ‘잠실엘스’ 84.8㎡는 이달 7일 19억 5000만 원(12층)에 거래됐다. 역시나 지난해 10월 기록했던 신고가 27억 원(14층)보다 7억 5000만 원 급락한 가격이다.


김경택 기자·이덕연 기자·한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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