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압사 참사’를 두고 책임자를 신속히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 안팎으로 높아지는 가운데 국민의힘 지도부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수사를 통한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했지만 책임론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정부 내각까지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책임자 처벌을 통해 이번 사고가 정권 리스크로 번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43차 한일의원연맹 합동총회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태 수습과 애도가 먼저이고 수사 결과를 토대로 문책 범위를 정할 것”이라며 이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을 둘러싼 책임론에 일단 선을 그었다.
대기발령조치를 받은 이임재 용산 경찰서장을 지목해 “책임서인 용산서장이 즉시 질책하지 않은 게 의문이다. 책임 경중을 따지면 용산서장이 제일 막아야 할 책임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법적 책임이 있는 사람은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질책한 것과 사뭇 비교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이 이 장관의 거취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는 만큼 당 지도부도 여론을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이태원 핼러윈 사고의 첫 번째 원인은 용산서가 큰 구멍이 뚫렸다는 점”이라며 용산경찰서의 대응을 일차적으로 지목했다.
다른 한편에선 차기 당권 주자들을 중심으로 이 장관의 거취를 빠르게 결정해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먼저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전일 페이스북에 “112신고 녹취록을 보면 조금도 변명할 여지가 없다”며 “윤희근 경찰청장을 즉시 경질해야 한다. 사고 수습 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수사 결과를 보고) 그에 따른 엄중한 법적, 정치적 조치도 반드시 국민 눈높이에 맞춰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보탰다.
정부의 국정 동력 상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이) 지금 이 팀으로 국정을 이끌어가기가 굉장히 힘들 거다. 정부를 재구성한다는 각오로 결단하라고 말씀드린다”며 전면 개각을 주장하기도 했다. 한 여당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 북핵 등 대형 이슈가 연이어 터지며 국회에서도 정부가 추진하는 법안, 예산 등이 줄줄이 밀릴 위기에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