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美中, 에틸렌 설비증설 '치킨 게임'…韓 가동률 낮춰 '버티기'

[3高에 6대 핵심산업 위태]

<6·끝> 석유화학, 공급과잉에 수익성 악화일로

글로벌 증설 바람에 공급 넘치는데

中 수요 급감 속 판가연동도 안돼

나프타 등 원자재값 상승 겹악재

국내 업계 생산 줄이고 공장 보수

화학적 재활용·배터리 소재 사업 등

고부가·친환경 투자도 적극 늘려


고유가에 글로벌 수요 위축으로 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글로벌 석유화학업체들이 시설 증설에 나서며 석유화학업계의 공급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공급이 증가하면 제품 가격이 떨어질수 밖에 없는 만큼 우리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지난해 호황기를 맞았던 석유화학업계는 이같은 다중악재의 영향으로 침체의 늪에 빠진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분기별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2분기 16.9%에서 올 2분기 4.4%로 대폭 떨어졌다. 이에 기업들은 공장 가동률을 낮추며 버티기에 돌입하거나 신소재 등 신규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며 돌파구를 찾고 있는 모양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2025년까지 미국에서 대규모 에탄크래커(ECC)가 완공될 예정이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잇달아 발주됐던 미국의 ECC 플랜트 설비가 속속 지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ECC는 국내 석유화학업체의 나프타크래커(NCC) 대비 가격 경쟁력이 높다. 물론 이들 제품은 주로 멕시코·캐나다·브라질 등으로 수출되지만, 가격 경쟁력을 갖춘 미국산 제품이 시장에 출하되기 시작하면 국내 업체의 수익성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몇년 전부터 NCC 신설 계획이 잇따라 세워졌고, 이 신규 설비들도 2020년부터 순차적으로 완공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이같은 글로벌 신규 증설 계획에 따라 올해 약 1200만톤, 내년 약 900만톤 규모의 에틸렌 생산설비가 완공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등에서 신규 공장들이 많이 들어섰다”며 “2016년부터 2018년 사이 석유화학 경기가 좋았고, 미국의 경우 트럼프 정부 당시 석유·가스 활성화 정책을 폈던 만큼 당시 공장들이 다수 착공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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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은 늘어나고 있는데 글로벌 수요는 대폭 줄어들면서 석유화학업계에 큰 타격을 입혔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석유화학 산업의 수출 비중은 60%에 달한다. 그만큼 글로벌 경기 흐름에 민감하다는 의미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요인으로 세계 경제성장이 둔화하면서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수요도 급격히 꺾이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 제품의 주요 수출국인 중국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국내 석유화학 제품 수출의 40%는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 불황 및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중국의 수요가 크게 줄었고, 이는 우리 기업의 손실로 이어졌다. 중국의 강력한 봉쇄 정책이 지속되는 한 아시아 지역의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단기간에 반등하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여기에 고유가·고환율로 인한 정제마진 감소로 수익성은 더 악화하는 상황이다. 석유화학 기업의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가격)’는 이달 들어 평균 150 달러대(톤 당)를 기록했다. 손익분기점인 300달러를 한참 밑도는 수치다. 에틸렌 스프레드가 줄어든다는 것은 원료와 가공품의 가격 차이가 감소해 마진이 적어진다는 의미다. 앞선 8월에는 에틸렌 스프레드가 80달러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나프타를 비롯한 원료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고유가·고환율이다. 석유화학 산업은 매출 원가에서 원료 가격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국제유가와 환율에 따른 변동성이 크다. 올해 초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치솟았을 뿐 아니라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석유화학 기업들이 원료 가격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서는 유가가 소폭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어 언제든 유가가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가 저성장으로 가고 있고, 특히 우리나라 석유화학 제품의 주요 수출국이었던 중국의 상황이 좋지 않다”며 “원래 원재료인 나프타 등의 가격이 올라도 그만큼 제품 판매가도 함께 오르기 때문에 수익성이 나빠지지 않았는데, 글로벌 수요가 전체적으로 줄어들면서 제품을 만들어도 팔 데가 없어 제품 가격을 올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장을 운영할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 속에서 석유화학 기업들은 공장 가동률을 80%까지 낮추며 버티기에 나서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공장의 정기보수를 진행하며 생산을 멈췄다. 대한유화는 2019년 이후 3년 만에 대규모 정기보수를 결정했고, LG화학도 지난달 말부터 여수NCC 공장의 정기보수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석유화학 기업들은 고부가가치와 친환경 신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펼치며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전략도 펴고 있다. 최근 세계 4위 동박 제조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한 롯데케미칼이 대표적이다. 롯데케미칼은 이외에도 탄소포집과 화학적 재활용 등 친환경 사업 등에도 투자를 집행했다. 수소·배터리 소재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석유화학 사업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고 사업 다각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LG화학도 이차전지 양극재와 분리막, 친환경 분야에, 한화솔루션도 모빌리티 소재 및 친환경 소재 등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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