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타이거 글로벌





2014년 초 홈 피트니스 업체인 펠로톤은 투자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펠로톤의 설립자인 존 폴리는 100여 곳 이상의 벤처캐피털·헤지펀드 등에 투자를 요청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이때 구세주로 등장한 곳이 미국의 헤지펀드 및 벤처캐피털인 타이거글로벌매니지먼트다. 타이거글로벌은 펠로톤이 가진 피트니스 미디어 기업으로서의 잠재성을 높게 평가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후 타이거글로벌에는 ‘유니콘 감별사’ ‘투자의 보증수표’라는 별명이 따라붙었다.



타이거글로벌은 기술주 투자로 유명한 체이스 콜먼에 의해 2001년 설립됐다. 콜먼은 전설적 투자자 줄리언 로버트슨으로부터 2500만 달러의 자금을 지원받아 창업에 나섰다. 현재 총자산은 약 650억 달러에 달하며 세계 1위의 스타트업 투자사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그동안 투자한 회사는 우버·에어비앤비·그램·바이트댄스 등 370여 개 기업에 이르고 이 가운데 87개사가 증시에 상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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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는 심사 기준을 낮춘 신속한 투자와 경영에 간섭하지 않는 공격적 운용으로 신시장을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타트업이 요청할 경우 컨설팅 기업인 베인앤드컴퍼니의 경영 자문까지 제공하고 있다. 타이거글로벌은 창업 초기 중국과 인도의 비상장 회사에 주로 투자했다가 점차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기업 전반으로 투자 대상을 늘렸다. 국가별로는 미국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이 37.4%로 가장 높은 편이고 인도(30.5%), 중국(11.1%)에서도 큰손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알리바바·징둥닷컴 등 중국 빅테크에 대한 초기 투자에 성공하면서 막대한 부를 일궈냈다.

타이거글로벌이 중국에 대한 신규 투자를 중단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1인 독재 체제 구축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중국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는 셈이다. 회사 측은 새 공산당 지도부가 내놓을 경제 촉진책이 공개돼야 투자를 재개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도 갈수록 커지는 ‘차이나 리스크’에 대비해 중국에 대한 교역 의존도를 대폭 낮추고 투자처 다변화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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