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튀르키예 대통령, 치솟는 물가 못 다스리자 통계 공무원 '줄 해고'

80% 넘은 물가 상승률에 애꿎은 화풀이

'금리 인하' 거부하는 중앙은행장도 연거푸 교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수도 앙카라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수도 앙카라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물가 상승률이 80%를 넘는 튀르키예(옛 터키)에서 통계 기관 공무원들이 해고를 당하거나 자진 사퇴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솟는 물가를 다스리지 못하자 통계를 담당하는 공무원들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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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통신은 13일(현지 시간) 튀르키예 관보를 인용해 터키통계연구소(Turkish Statistical Institute)의 파티흐 사힌 부소장이 지난 3월 임명된 이후 8개월 만에 사임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고 해당 인사가 단행된 점을 미루어 사힌 부소장이 사실상 ‘경질’된 것으로 봤다.

터키통계연구소는 올 초부터 소장을 포함해 6명의 부소장 가운데 3명이 ‘물갈이’됐다. 바뀐 책임자들의 임기는 18개월이 넘지 않았다. 튀르키예 정부는 이 인사들이 ‘인적 쇄신’의 일환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자국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자 애꿎은 통계 관리 담당자들이 직에서 물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블룸버그는 “(해당 연구소의) 인플레이션 담당 부서장 2명도 최근 자진 사퇴했다”고 전했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85% 이상 급등하는 등 튀르키예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에 휩싸인 상태다. 그럼에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중앙은행에 금융 완화 기조를 유지하라고 계속 압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튀르키예 8월 13%였던 기준금리는 10월까지 3차례 연속 인하돼 현재 10.5% 수준으로 낮아졌다. 다른 나라에 비해 금리 규모 자체가 높지만,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긴축에 나선 것과는 대비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신의 금리 인하 지시에 부정적이라는 이유로 지난 3년 동안 중앙은행장 3명을 잇따라 교체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튀르키예 통계 기관은 독립성을 잃고, 통계 데이터의 신뢰도는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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