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포로로 잡힌 러시아 병사들을 ‘즉결 처형’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돌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며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고, 미국 정부도 해당 사안을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은 러시아가 전쟁 범죄를 번번이 ‘허위 정보’라고 대응하고 있다고 선을 그으며 이번 사안과의 차이점을 부각했다. 베스 반 샤크 미 국무부 형사사법 특사는 21일(현지 시간) “우리는 분명히 (우크라이나의 포로 처형 의혹을) 매우 면밀하게 추적하고 있다”며 “전쟁 관련 법은 침략국과 방어국 모두에게 동등하게 적용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우크라이나 루한스크주(州) 마키이우카의 한 농장에서 러시아군 포로 11명이 숨진 모습이 담긴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졌다. 이 영상에는 러시아군 포로들이 머리에 손을 얹고 엎드려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총부리를 겨누고 있고 뒤이어 러시아군 포로 1명이 우크라이나 군인에게 발포했고, 다른 영상에서는 엎드린 포로들이 숨져 있는 모습이 담겼다.
러시아 측은 즉각 ‘보복’을 선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반드시 추적해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련 우크라이나 병사들을 ‘전범’이라 칭하며 이들을 국제기구에 수배 대상으로 올리겠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외신들은 전투 능력을 상실한 포로를 처형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 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엔도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범죄 가운데 러시아 포로에 대한 즉결처형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증언을 확보하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실제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인권감시팀이 우크라이나에서 진행한 조사 내용에 따르면 러시아 포로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가혹 행위 사례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포로들을 상대로 고문과 가해행위 등을 한 경우였다.
그러나 9월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학살’ 행위를 벌여온 러시아가 전쟁 범죄를 운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전날 2월 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어린이 437명을 포함한 민간인 83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반 샤크 특사도 “전쟁범죄 의혹이 불거지면 러시아는 이를 부인하고 선전이라거나 허위정보라고 대응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보통 학대를 인정하고 그 가해자들을 비난하면서 조사를 약속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