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일할 때보다 더 받는 구직급여 모순, 서둘러 바로잡아라


일할 때보다 실업 상태에서 돈을 더 많이 받으면 누가 열심히 취업하려고 할까.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받던 근로자의 경우 실직 후 구직 급여의 소득 대체율이 2020년 기준 113%로 구직 급여가 실직 전 급여 수준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직 급여는 직장인이 실업자가 됐을 때 최대 9개월간 지급되는 급여로 통상 평균임금의 60%로 책정된다. 하지만 정부는 실직 시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하한선으로 최저임금의 80%를 주고 있다. 게다가 최저임금 산정 시 주 근무일 5일에 유급 휴일 1일을 더해 주 6일을 계산한다. 하지만 구직 급여를 지급할 경우 주 7일을 모두 인정해준다. 특히 최근 사업주가 주휴 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주 15시간 미만으로 일을 시키는 ‘알바 쪼개기’ 등이 성행하면서 구직 급여가 월급을 넘어서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러니 아르바이트로 몇 달 일하다가 그만두기를 되풀이하면서 구직 급여를 수차례 받는 ‘모럴해저드’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최근 5년 이내 구직 급여를 3회 이상 받은 사람이 지난해 10만 명에 달했을 정도다. 구직 급여 지출액도 2017년 5조 원에서 2020년 11조 900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그 결과 2017년까지만 해도 10조 원을 넘던 고용보험기금 적립금 규모는 지난해 말 바닥을 드러냈다.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우리나라 평균임금 대비 구직 급여 하한액 비중은 42%(2018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20.5%보다 훨씬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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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레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는 구직 급여의 모순을 해소하고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서둘러 제도를 수술해야 한다. 우선 현재 최저임금의 80%인 구직 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연동 방식을 폐지하고 정액제로 바꿀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산정 방식과 마찬가지로 구직 급여 산정에서도 토요일을 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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