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042660) 인수에 대한 세계 각국 경쟁 당국의 승인 ‘낭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르면 4월께 기업결합 승인이 완료될 것으로 보이면서 조선 업계가 20년 만의 본격적인 민간 경쟁 체제로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주인이 될 한화그룹은 최근 조선 엔진 업체 HSD엔진을 인수하는 등 조선 업계의 수직 계열화를 구축하며 경쟁사를 자극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튀르키예 경쟁 당국은 한화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에 대해 최종 승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도 최근 양 사의 기업결합을 사실상 승인했다. 영국 경쟁 당국은 양 사의 기업결합에 대한 사전 검토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2월 대우조선해양과 신주 인수 계약을 체결하면서 유럽연합(EU)·중국·일본·싱가포르·튀르키예·영국·베트남 등 8개국 경쟁 당국에 기업결합 승인 신청을 했다. 승인 신청 이후 한 달 만에 튀르키예와 영국 당국이 이번 인수 건에 무리가 없다는 평가를 하며 EU·중국 등 다른 경쟁 당국의 승인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주요 업종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기업결합 승인에는 무리가 없다는 평가다. 지난해 초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당시 EU 경쟁 당국은 “양 사의 인수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독과점이 우려된다”며 불허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싱가포르 당국은 최근 양 사의 기업결합에 대해 조선 산업 내 지배력 확대가 아닌 “일부 선박 부품 산업 분야에서 수직 결합에 따른 지배력 강화가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이에 한화 측은 “그럼에도 (선박 부품 분야) 시장 지배력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 경쟁 당국이 양 사의 기업결합을 신속하게 승인함에 따라 조선 산업도 20년 만에 조선 3사 민간 경쟁 체제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선별 수주 전략으로 수익성을 키우고 있다.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010140)이 지난 2달간 6조 원 규모의 수주를 달성한 사이 대우조선해양은 3140억 원 규모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한 척만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최근 수주한 LNG운반선 선가는 역대 최고가 수준이다.
한화는 최근 조선 엔진 제작 기업 HSD엔진도 인수하며 조선 산업 내 수직 계열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그룹 계열사 한화임팩트는 17일 HSD엔진 지분 32%(2269억 원)를 인수하며 경영권을 가져갔다. HSD엔진은 현대중공업(329180) 엔진 부문에 이은 선박 엔진 부문 세계 2위 기업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 발표 이후 조선 관련 기자재·인력 등 조선 산업 전반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며 “중국이 아직 따라오기 힘든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조선 3사의 경쟁력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