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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에 2000억 공개매수 주주 제안 왔지만…[시그널]

차파트너스, 남양유업 이사회에 요구 서한

한앤코, 경영권 확보에 대법원 판결만 남아

마지막 주총 될 홍원식 회장 선택은 뭘까?





홍원식 남양유업(003920) 회장과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의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 행동주의 펀드가 남양유업에 2000억 원에 달하는 자사주 매입을 기습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한앤컴퍼니가 경영권 취득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다음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는 홍 회장 측이 의결권을 전량 행사할 수 있어 이번 제안의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27일 남양유업 이사들을 상대로 최근 주주제안을 하고 이날부터 공개 캠페인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차파트너스는 ▲주당 82만원에 총 1916억 원의 자사주 공개매수 ▲감사 선임 ▲5:1 액면분할 ▲보통주 주당 2만 원 현금배당 등을 제안하면서 이를 다음달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차파트너스는 최근 남양유업 지분 3% 가량을 매입해 감사 선임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다.

차파트너스는 홍 회장과 한앤컴퍼니 간 분쟁이 2년 가까이 장기화하자 회사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며 이번 제안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차파트너스 관계자는 "홍 회장측과 한앤컴퍼니간 법적 분쟁 때문에 수많은 주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홍 회장과 한앤컴퍼니는 2021년 5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그러나 홍 회장이 지분 매각 취소를 주장하며 계약에 응하지 않자 한앤컴퍼니가 법원에 주식양도 계약 이행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이 지난해 9월 한앤컴퍼니 손을 들어준데 이어 이달 초 2심에서도 같은 판결이 나왔다. 투자은행(IB) 업계와 법조계에서는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의 새 주인으로 등극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보고 있다.



다만 홍 회장 측이 대법원에 상고를 결정하면서 관련 분쟁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달 주총은 지난해 말 기준 주주명부를 기반으로 개최된다. 이 점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 시점과 상대가 다소 애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남양유업이 현재 보유한 현금보다 이번 자사주 매입 요청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이사회가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도 쟁점이다. 실제 남양유업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약 1175억 원 수준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공개매수를 하려면 차입을 하거나 사옥을 팔아 현금을 마련해야하는데 당장 결정 가능한 문제는 아닐 것"이라면서 "경영권을 곧 넘겨야할 처지에 있는 이사회에 주주제안을 했다는 것은 목표 달성이 불분명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주주제안이 주총 안건 상정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차파트너스와 홍 회장측간 협의가 이뤄진다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결론이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홍 회장이 아직 지분 53%를 보유하고 있어 이번 주총에서는 표대결 없이 안건 상정과 통과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주주 행동주의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소액주주들의 여론이 상당히 중요해졌다" 면서 "홍 회장 측이 이런 기류를 감안해 행동주의 펀드의 제안을 따져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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