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이 없다(TINA·There Is No Alternative)’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월스트리트에서 미국주식 외에 투자할 곳이 없다는 의미로 널리 쓰이던 말이다. 이 원칙이 무너지면서 월가 투자자들이 투자등급 채권과 신흥시장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지난달 펀드매니저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주식에 대한 투자비중이 장기 평균과 비교했을 때 2.2 표준편차 밑돌았다며 이같이 전했다.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주식의 비중이 감소한 빈자리는 투자등급 국채, 원자재, 신흥시장 자산 등이 채웠다. S&P500 지수가 작년 한 해 19%나 폭락한 이후 올해 5% 반등에 그친 반면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최근 장중 한때 작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4%를 넘기는 등 상승세다.
이러다 보니 월가의 주요 금융사들이 TINA를 대체할 슬로건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골드만삭스는 ‘합리적인 대안이 있다(TIRA·there is reasonable alternatives)’를, 도이체방크는 ‘대안이 매우 많다(TAPAS·there are plenty of alternatives)’는 말을 들고 나왔다. 인사이트 인베스트먼트는 주식에 대한 현실적 대안이 있다는 ‘TIARA(there is realistic alternative)’를 꺼냈다. 데이비드 레프코위츠 UBS 글로벌자산관리 미국 주식 헤드는 “최근 몇 년간 미국 성장주가 유일하게 수익률이 좋았다면, 이제는 채권에서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투자자들의 이 같은 분석의 근거로 미국 주식이 다른 자산과 비교했을 때 매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들었다. 우선 주가 상승을 이끄는 기업 실적 전망이 좋지 않다. S&P500 상장사들의 지난해 4분기 이익은 4.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며, 올해 1분기, 2분기에도 수익이 감소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주가는 이미 고평가돼 있다는 지적이다. 팩트셋 통계를 보면 S&P500 기업들의 주가가 1년 뒤 기대수익보다 17.5배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10년 평균인 17.2배보다도 높다. 또한 S&P500 주식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1.71%인 반면 미 국채 6개월물의 수익률은 작년 초 0에 가까웠으나 현재는 5.129%까지 올랐다. 머니마켓펀드(MMF) 수익률만 해도 4%를 웃돈다.
투자자들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적 금리 인상 등 긴축 기조에 경기의 경착륙이 벌어진다면, 미국 주식이 상대적으로 더 취약하다는 점도 불안요소로 꼽는다. 데릭 호스트메이어 조지메이슨 경영대 교수는 과거 50년간의 경기 침체기 역사를 분석한 결과 단기 채권과 장기채권, 그리고 고수익 채권이 모두 미국의 대형주보다 양호한 투자 수익률을 나타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