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홍콩에 '진심'인 글로벌 경매회사들

아트바젤 홍콩 맞춘 '아트위크' 기간

크리스티,소더비.필립스 '빅 이벤트'

3대 경매사 나란히 홍콩사옥 확장

파블로 피카소가 1937년에 그린 '아를의 여인'이 22일까지 크리스티 홍콩의 알렉산드라하우스에서 전시된다. 미국의 출판재벌 S.I.뉴하우스 수집품으로 추정가는 한화로 260억원 이상이다.파블로 피카소가 1937년에 그린 '아를의 여인'이 22일까지 크리스티 홍콩의 알렉산드라하우스에서 전시된다. 미국의 출판재벌 S.I.뉴하우스 수집품으로 추정가는 한화로 260억원 이상이다.




3월 하순의 홍콩은 아시아 전역에서 가장 화려한 예술주간(Art Week)을 보낸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로 21일 VIP 오픈으로 시작해 25일까지 홍콩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아트바젤 홍콩(Art Basel HK)’이 그 하이라이트이기는 하나, 올해는 경매 볼거리가 유난히 화려하다.



세계 3대 경매회사인 크리스티, 소더비, 필립스가 나란히 ‘빅 이벤트’를 준비했다. 서울옥션도 28일 홍콩경매를 앞두고 주요 출품작들로 23~26일 현지 프리뷰 전시를 진행한다. 중국과의 정치적 갈등,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움츠렸던 홍콩 아트마켓이 ‘정상화’를 시도하는 것에 발맞춘 모양새다.

미국의 출판재벌 S.I.뉴하우스가 수집한 윌렘 드쿠닝의 ‘오레스테스’가 22일까지 크리스티 홍콩 알렉산드라하우스에서 선보인다. 추정가는 약 326억원에 달한다. /홍콩=조상인기자미국의 출판재벌 S.I.뉴하우스가 수집한 윌렘 드쿠닝의 ‘오레스테스’가 22일까지 크리스티 홍콩 알렉산드라하우스에서 선보인다. 추정가는 약 326억원에 달한다. /홍콩=조상인기자


20일 찾아간 크리스티 홍콩의 알렉산드라하우스. 추정가 약 326억원(2500만달러) 이상인 윌렘 드 쿠닝의 추상화 ‘오레스테스 (Orestes)’, 파블로 피카소가 1937년에 그린 ‘아를의 여인’(이하 추정가 약 260억원 이상), 프랜시스 베이컨의 1969년작 자화상(약 260억원 이상)과 함께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연작 ‘루앙 성당, 세트4’(약 235억~326억원)이 벽을 따라 걸렸다. 단 4점 만으로 추정가 1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이들 작품은 미국의 출판 재벌이자 20세기 미술품 수집으로 유명한 S.I. 뉴하우스(1927~2017)의 수집품들이다. 크리스티는 이번 홍콩 아트위크에 맞춰 오는 5월 뉴욕 경매에 오를 ‘S.I.뉴하우스 컬렉션’과 ‘폴 앨런 컬렉션’의 작품들을 22일까지 단 사흘간 전시한다. 폴 앨런(1953~2018)은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자이자 안목있는 컬렉터였는데, 그의 수집품은 지난해 11월 이틀간 경매에서 16억2225만달러(약 2조1100억원)의 판매고를 올리며 크리스티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데 한몫했다.

미국의 출판재벌 S.I.뉴하우스가 수집한 윌렘 드쿠닝(오른쪽부터), 앤디 워홀, 조지 콘도의 작품이 5월 크리스티 뉴욕 경매를 앞두고 22일까지 크리스티 홍콩 알렉산드라하우스에서 전시된다. 작은 전시장에 걸린 7점의 추정가만 15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홍콩=조상인기자미국의 출판재벌 S.I.뉴하우스가 수집한 윌렘 드쿠닝(오른쪽부터), 앤디 워홀, 조지 콘도의 작품이 5월 크리스티 뉴욕 경매를 앞두고 22일까지 크리스티 홍콩 알렉산드라하우스에서 전시된다. 작은 전시장에 걸린 7점의 추정가만 15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홍콩=조상인기자


소더비 홍콩은 설립 50주년을 맞아 다양한 경매와 전시를 준비했다. 쿠사마 야요이의 색감 독특한 '호박' 조각은 아트바젤 홍콩 기간에 맞춘 26일까지 홍콩 센트럴의 랜드마크 아트리움에서 전시된다. /사진제공=소더비소더비 홍콩은 설립 50주년을 맞아 다양한 경매와 전시를 준비했다. 쿠사마 야요이의 색감 독특한 '호박' 조각은 아트바젤 홍콩 기간에 맞춘 26일까지 홍콩 센트럴의 랜드마크 아트리움에서 전시된다. /사진제공=소더비



소더비는 올해가 아시아 진출 50주년의 해다. 중국미술의 거장 장다첸이 2폭 금박병풍에 그린 분홍색 연꽃 그림을 4월 5일 시작하는 ‘소더비 홍콩 50주년 기념 경매’의 대표작으로 내세웠다. 소더비가 홍콩에 둥지를 틀던 1973년에 제작된 것이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쿠사마 야요이의 대표작인 ‘호박’ 중에서도 고급스러운 브라운 골드빛의 희귀한 색감이 돋보이는 조각은 26일까지 홍콩 센트럴의 랜드마크 아트리움에서 전시된다. 이 외에도 희귀 보석과 고급 시계, 와인 경매도 이어지고, 중화권 수집가들을 겨냥한 히라노 료이치, 앨리스 쳉 등 단일 수집가 경매 5건이 주목을 끈다. 봄 경매의 출품작들은 22~26일 소더비 홍콩 전시장에서 공개된다. 김민구 홍콩 중문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아트바젤 홍콩도 볼거리가 많지만, 때때로 경매 전시가 더 눈길을 사로잡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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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에 약 1조 4500억원의 아시아 매출을 거둬들인 소더비는 지난해 도쿄에 추가 지점을 열고, 싱가포르에서 15년 만에 첫 전시를 진행했으며 한국과 태국에 새 지사를 열면서 공격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에는 홍콩 센트럴 지역에 새 전시장을 개관하며, 소더비 홍콩 사옥도 센트럴 인근에 3344㎡ 규모로 확장 이전할 계획이다.

크리스티도 아시아태평양 본사를 센트럴로 넓혀서 옮겨갈 예정이다. 프란시스 벨린 크리스티 아시아총괄 사장은 지난해 인터뷰에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고객의 구매열기가 가장 뜨겁다. 그에 걸맞은 공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필립스 홍콩이 18일부터 순차적으로 공개하기 시작한 홍콩 신사옥. /사진제공=필립스 옥션필립스 홍콩이 18일부터 순차적으로 공개하기 시작한 홍콩 신사옥. /사진제공=필립스 옥션


필립스 옥션은 좀 더 민첩했다. 홍콩 서구룡 문화지구에 아시아 신사옥을 마련하고 지난 18일부터 단계적으로 문을 열기 시작했다. 세계적 건축가 듀오 헤르조그 앤 드뫼롱이 설계한 WKCDA 타워에 자리잡고 있으며, 홍콩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관 ‘M+’ 맞은 편에 위치해 이번 홍콩 아트위크에 유난히 북적일 곳 중 하나로 꼽힌다. 필립스는 오는 30,31일 양일간 이곳에서 ‘20세기·동시대 미술’ 경매를 진행한다. 쿠사마 야요이·매튜 웡·박서보 등의 작품을 눈여겨 봐야 한다.

기업과 갤러리들은 홍콩을 떠나더라도 경매회사는 홍콩을 떠날 수 없다. 경매회사의 수익구조에서 미술품 외에도 보석·시계·와인 등 ‘럭셔리’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면세구역인 홍콩에서는 미술품 뿐만 아니라 이들 고가품목에도 세금이 붙지 않는다. 사치품에 대해 중과세 하는 우리나라보다 경쟁력이 큰 이유다.


홍콩=조상인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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