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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PI첨단소재 매각 파기…국제 분쟁 심판 오른다

글랜우드, 베어링 상대로 500억 위약벌 청구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에 제소

계약 무산 책임 놓고 공방

PI첨단소재의 필름 제조 모습/사진제공=PI첨단소재출처PI첨단소재의 필름 제조 모습/사진제공=PI첨단소재출처




지난해 베어링PEA(현 BPEA EQT)가 PI첨단소재(178920) 인수를 철회하자 위약금 청구 소송을 검토하던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가 결국 국제 중재 심판을 제기하며 양사 간 법적 분쟁이 본격화했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는 최근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에 베어링PEA 측을 상대로 위약벌 청구와 관련한 중재를 신청했다. 글랜우드PE는 법률대리인으로 김앤장과 외국계 로펌 한 곳을 선임하고 위약금으로 총 500억 원을 청구했다. 베어링PEA는 국내에선 태평양과 함께 법적 대응할 예정이다.

글랜우드PE는 지난해 6월 PI첨단소재 지분 54.07%를 주당 약 8만원, 총 1조2750억 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베어링PEA와 체결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말로 예정돼 있던 잔금 납입일 전 베어링PEA 측이 계약 해제를 통보하면서 매각이 결렬됐다. 결국 올 2월엔 SPA의 공식 해제 절차를 밟았다.



양측은 계약 체결 당시 전체 매각 대금의 약 5%인 500억 원을 위약금으로 책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글랜우드PE가 이 계약 조건을 바탕으로 국제 심판을 제기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고 제소에 나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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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지난해 SPA 체결 이후 PI첨단소재 주가가 3만 원대 중반까지 하락한 것이 베어링PEA 측 변심의 주요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인수금융 금리마저 급상승하면서 베어링PEA 펀드에 출자한 기관들의 우려가 상당했던 것도 계약 파기 배경이었다.

이에 맞서는 베어링PEA 측은 글랜우드PE가 PI첨단소재의 수백억 원 규모 납품 계약 해지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것을 계약 파기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중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뒤늦게 통과한 것도 매각 무산의 원인이라는 게 베어링PEA 측 주장이다. 특히 양측은 중국 공정당국의 승인 등 계약 종결을 위한 전제조건의 시한을 놓고 엇갈린 주장을 내놓고 있다.

글랜우드PE는 국내에서 별도의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검토했으나 이는 실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내에서 이와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이 본격화할 경우 회사 경영과 관련한 민감한 사안들이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는 국내 금융·무역 기관들이 외국계 회사들과 법적 분쟁을 겪을 때 자주 활용하는 세계 주요 중재 기관 중 한 곳이다. 일반 국가에서의 법률 재판보다 빠른 시일 내 중재가 가능한데다 심판 결과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베어링PEA는 지난해 스웨덴 재벌 발렌베리가(家)의 사모펀드 운용사 EQT가 인수한 홍콩계 운용사다.

글랜우드PE는 이번 중재 심판 신청과는 별도로 PI첨단소재의 경영권 정상화 작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송금수 대표이사를 새롭게 선임하는 한편 신규 사외이사로 양재호 김앤장 변호사와 이제원 국민연금 대체투자위원회 위원이 합류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PI첨단소재가 실적 하락과 매매 계약 파기 등 여러 부침을 겪자 최대주주 글랜우드 측이 대대적인 쇄신을 꾀하고 있다”면서 “올해 다시 경영 정상화를 이룬 뒤 재매각에 나선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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