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의 지위를 인도에 물려준 중국의 인구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중국은 장기간 한 자녀 정책을 시행해왔다. 그 결과 지금은 심각한 저출산과 가파른 인구 고령화, 이에 따른 가용 노동력 감소 등의 문제에 부딪혔다. 사회는 늙어가고 일손은 부족해지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일부 서방 언론은 중국 위기론까지 얘기할 정도다. 하지만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이 과정에서 파생되는 새로운 시장 기회와 트렌드다.
급속한 고령화사회에 접어들면서 먼저 주목해야 할 분야는 로봇과 자동화 설비 시장이다. 중국 정부의 제조업 고도화 정책과 맞물려 공업용 로봇과 스마트 팩토리 설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협동로봇 시장도 커지고 있다. 협동로봇은 인간과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위해 설계된 로봇으로 인간의 특정 작업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2025년 중국 협동로봇의 예상 판매량은 6만 대로 연평균 성장률이 30%에 달한다.
의료 기기 시장에서는 디지털 의료 기기와 임플란트가 핫한 품목이다. 스마트 헬스 케어, 영상 진단과 의료 정보 시스템, 재활 의료 기기 등의 전망도 밝다. 특히 중국의 엄청난 의료 빅데이터를 중국 기업과 협력해 활용하는 인공지능(AI) 의료 기기 분야도 유망하다. 임플란트 기자재 분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로 최근 성장률이 30% 이상에 이른다. 현재 선진국의 임플란트 보급률은 90%에 육박하지만 중국은 10% 정도에 그쳐 성장성도 높다. 한국산 임플란트는 뛰어난 가성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데 치과용 수입 임플란트 시장에서 한국은 2020년 31%에서 지난해 41%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점유율 격차를 벌리고 있다.
코로나 3년의 기간을 거치고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펫코노미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은 반려견 수 5200만 마리, 반려묘 수 4800만 마리로 연간 1억 마리의 반려동물 시장이 형성돼 있다. 그중에서도 반려묘 시장이 더욱 가파르게 커지고 있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올해 중국의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11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려동물을 자신의 분신이라고 여기면서 애지중지 키우는 이른바 ‘펫미족(pet=me)’이 늘어나면서 소비 규모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반려동물 사진 촬영, 훈련, 목욕, 호텔 서비스 등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 시장도 빠르게 확산되는 중이다.
지난 10여 년간 중국 경제를 정의하는 단어 중 하나가 ‘신창타이(新常態)’, 즉 ‘뉴노멀’이다. 지금은 하나의 제품과 서비스에 불과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주류가 되면 새로운 ‘신창타이’ 트렌드로 발전할 수 있다. ‘중원축록(中原逐鹿)’이라는 말이 있다. 거대한 중원의 사슴을 쫓는다는 뜻으로 치열하게 서로 경쟁함을 비유하는 말이다. ‘리오프닝’을 맞는 지금의 중국 시장이 바로 그렇다. 경쟁이 치열한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갈수록 복잡하고 까다로워지는 중국 소비자의 특성과 변화하는 시장 트렌드를 한발 앞서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트렌드 팔로어’가 아닌 ‘트렌드 파이어니어’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