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둘이 힘을 합치니 두려울 것이 없었다. “서로를 믿고 의지하면서 싸우니 해낼 수 있었다”고 말하는 발달장애 남녀 복식 탁구 국가대표 김기태(25·부산광역시장애인체육회)와 서양희(37·경상북도장애인체육회)의 이야기다.
8일(현지 시간) 프랑스 비시에서 열린 국제지적장애인스포츠연맹(Virtus·버투스) 글로벌 게임 비시 2023(이하 버투스 게임) 탁구 남녀 복식 결승전에서 김기태·서양희 조가 대만의 천포옌·리징샨 조에 세트스코어 3 대 2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1 대 2로 끌려갔지만 마지막 두 세트를 연이어 따내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이다. 발달장애인의 스포츠와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는 이번 대회에 5개 종목에서 20명의 태극전사를 파견했고 전날까지 은메달 1개와 동메달 7개를 획득한 바 있다. 김기태는 “너무 기쁘다”며 “(서)양희 누나가 잘해줘서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양희도 “(김)기태가 잘해준 덕분에 금메달을 가져올 수 있었다”고 동료에게 공을 돌렸다.
3년 동안 두 선수와 호흡을 맞춘 김정중 감독은 “탁구 종목의 경우 버투스 게임에 네 번째 출전인데 사상 첫 금메달이다. 메달을 획득한 것도 이번 대회가 처음”이라며 “두 선수가 남녀 복식 세계 랭킹 2위다. 이번 대회부터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 티켓과 출전 포인트가 걸려 수준급 선수가 많이 나왔는데도 경쟁력을 보여줘서 기쁘다”고 제자들을 칭찬했다. 이어 “2028년 LA 패럴림픽부터 탁구 남녀 복식이 종목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5년 뒤에 두 선수의 메달을 기대해도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에 펼쳐진 여자 실내 조정 500m에서도 금빛 행진이 이어졌다. 이수연(25)이 1분 44초 8로 가장 먼저 결승 라인을 통과해 금메달을 획득했다. 1분 45초 7의 최성림(23)이 은메달이다.
이용훈 SOK 회장은 “어려운 여건 안에서 만들어 낸 값진 금메달”이라며 “국내에 있는 발달장애 선수들에게도 꿈과 자신감을 키워나가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선수들을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