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전 지분 투자(프리IPO)를 받은 두산그룹의 협동로봇 계열사 두산로봇틱스와 반도체 설계 기업 파두가 올해 하반기 입성을 목표로 상장(IPO)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사모펀드(PEF)와 벤처캐피탈(VC)를 통해 이들 기업에 투자한 국민연금과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주요 기관의 투자금 회수 기대도 커지는 분위기다. PEF와 VC 등 재무적 투자자는 투자 기업이 상장 전보다 몸값이 올라야 수익이 나기 때문에 상장 결과가 성적표나 다름 없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두산로봇틱스는 지난 6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코스피)에 상장 예비 심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상장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다. 파두는 NH투자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8월께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상장을 앞둔 2021년 사모펀드(PEF) 운용사 프랙시스캐피탈과 한국투자파트너스로부터 총 40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들은 해당 투자로 총지분 9.09%를 확보했으며, 당시 두산로보틱스의 기업가치로 4000억 원을 책정했다.
프랙시스캐피탈은 2020년 결성한 2호 블라인드 펀드(투자 목적을 정하지 않고 결성한 대형 펀드)인 '밸류크리에이션펀드 2호'(4905억 원)을 통해 투자했는데, 여기에는 KDB산업은행과 한국성장금융, 국민연금, 교직원공제회 등이 참여했다.
업계선 두산로보틱스가 상장 후 2조 원 이상으로 몸값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경쟁 업체인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는 지난해 기준 두산로보틱스 매출(450억 원)의 30%에 불과한 136억 원을 기록했으나, 17일 기준 시가총액이 1조 9000억 원에 달한다.
두산로보틱스가 상장 과정에서 공모주 투자자에게 2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면 재무적 투자자는 구주 매출을 통해 투자 당시보다 5배 높은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올 하반기 코스닥 시장을 노크할 파두도 기관투자가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 진출에 따른 성장이 기대되면서 기업가치가 2조 원 이상으로 불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이미 지난해 120억 원 규모의 프리IPO에서 1조 8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파두는 현재까지 SK쉴더스와 KDB산업은행, 산은캐피탈, PEF 운용사인 포레스트파트너스와 레버런트파트너스 등으로부터 600억 원가량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2016년 SK쉴더스와 포레스트파트너스가 첫 투자하던 당시 기업가치인 540억 원과 비교해 이미 20배 이상 성장했다.
올 하반기 상장 청구 심사 가능성이 거론되는 SK에코플랜트도 투자자들의 이목을 모은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7월 PEF 운용사 프리미어파트너스-이음PE 컨소시엄(6000억 원)과 글랜우드크레딧과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으로부터 4000억 원을 조달해 총 1조 원을 확보했다. 상장시 10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 성장이 기대돼 엑시트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SK에코플랜트 투자에서 PEF 펀드의 1500억 원을 태운 주요 출자자다.
산업은행은 유진프라이빗에쿼티(PE)와 함께 조성한 7050억 원의 2호 인프라펀드를 통해 SK에코플랜트에 총 1200억 원을 투자했다.
LG CNS도 지난해 5월 KB증권과 모건스탠리를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면서 상장 준비 모드에 돌입했다. 국내 대표 디지털전환(DX) 기업으로 추가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데다가, 클라우드 사업 등으로 외형을 키우면서 시장에선 시가총액으로 최대 7조 원이 거론된다.
앞서 2020년 단행한 프리IPO엔 맥쿼리자산운용이 1조 원을 투자한 바 있다. 해당 투자에는 공제회와 기관 등 출자자와 맥쿼리자산운용이 공동으로 결성한 3800억 원 규모의 'LP 코인베스트먼트 펀드'가 활용됐다.
IB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 두산로보틱스와 파두 등 대어급 기업이 성공적으로 증시에 입성할 경우 투자금 잭팟에 따라 프리IPO 투자도 활기를 되찾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