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킬러 문항’은 학생과 학부모의 눈높이에서 핀셋으로 철저히 제거하겠습니다.” 올 6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정한 수능’ 지시를 계기로 킬러 문항이 화제가 된 가운데 나온 말이다.
쉬운 우리말의 관점에서 ‘킬러 문항’은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성인들은 물론이고 중고등학교 청소년들이 ‘킬러 문항’ ‘킬러’ 등을 언급하는 것이 좋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가 공식적인 용어로 쓰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다만 국립국어원은 아직 이에 대한 적절한 순화어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초고난도 문항’이나 ‘핵심 문항’을 대체어로 내놓은 상태다. 국립국어원이 제시한 ‘킬러 콘텐츠’의 순화어가 ‘핵심 콘텐츠’라는 것과도 관련된다.
킬러 문항과 함께 최근 쟁점이 된 ‘사교육 카르텔’도 마찬가지다. 카르텔은 담합을 의미하기 때문에 ’사교육 카르텔’은 ‘사교육 담합’이라고 하는 것이 순화어 측면에서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과다한 교육비 지출로 가난해져 살기가 어려운 계층을 의미하는 ‘에듀푸어’에 대해 국립국어원은 ‘교육 과소비층’이라는 순화어를 제시한 상태다. 교육 분야에 접목한 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을 가리키는 ‘에듀테크’는 ‘교육 정보 기술’로 바꿔쓸 것을 권고한다.
학업을 잠시 중단하고 여행이나 봉사 활동 등을 하면서 자아를 성찰하고 진로를 탐색하는 시간을 의미하는 ‘갭 이어’에는 ‘채움 기간’이 제시됐다. 학교에 가지 않고 가정에서 교육하는 ‘홈스쿨링’은 ‘재택 교육’이라는 우리말로 쓸 수 있다.
한자식 표현도 쉬운 우리말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 아버지를 강조하는 ‘학부형’은 부모 동등하게 ‘학부모’로, 교장선생님의 ‘훈화’ 같은 일본식 한자는 그냥 ‘말씀’으로 정리가 가능하다. ‘사물함’은 ‘개인 보관함’이 더 이해하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