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반도체 천수답 경제’…저성장 고착 막으려면 특단 대책 서둘러라


우리 경제가 반도체 경기 회복에 주로 의존하는 ‘천수답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전(全) 산업 생산지수는 112.1로 전월보다 2.2% 증가했다. 30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이다. 9월 수출도 전년 동기 대비 4.4% 줄어드는 데 머물러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낮은 감소율을 기록했다. 업황이 개선된 반도체 부문의 생산과 수출이 늘어난 덕분이다. 하지만 8월 72개 광공업 업종 중 생산이 전달보다 감소한 업종이 45개로 전달보다 오히려 1개 더 증가했다. 부가가치 비중이 높은 반도체 부문의 개선 덕택에 광공업 생산이 크게 늘었을 뿐 구조적으로 경기가 악화됐다는 뜻이다.



반도체 부문이 국내총생산(GDP)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각각 9.4%, 18.9%에 이른다. 반면 자본 집약 산업인 반도체는 취업 유발 계수가 2.1로 전체 제조업 평균(6.2)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반도체 경기가 회복돼도 질 좋은 제조업 일자리나 체감 경기가 살아나기 어렵다는 뜻이다. 또 소비·고용·투자 등 다른 경제지표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올해 성장률이 정부 전망치인 1.4%를 밑돌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더구나 미국의 고금리와 중국 경제 부진, 유가 불안 등 대외적 불확실성이 산재한 실정이다. 이런데도 정부는 반도체 경기 회복을 기대하며 하반기에는 경제가 호전된다는 ‘상저하고(上低下高)’만 되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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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의 성장 모멘텀이 하락한 것은 30년 중국 특수에 취해 산업구조 조정을 등한시한 데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 주도 성장’에 집착해 기업 활력을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중 간 전략 경쟁과 공급망 재편 등으로 국제 경제 질서가 바뀌면서 ‘중국 수출·반도체 산업’ 중심의 기존 성장 패러다임은 한계를 맞고 있다. ‘반도체 천수답 경제’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집중 육성하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일본과 같은 장기 저성장을 피할 수 없다. 물론 반도체의 기술 경쟁력도 더 키워야 한다. 정부는 모든 규제 사슬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민간의 초격차 기술 개발과 신성장 동력 점화를 위해 전방위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또 상품 수출 위주에서 탈피해 의료·관광 등 국내 서비스 산업에서 흑자를 낼 수 있도록 선진국형 무역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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