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공동주택 공시가 발표시 층과 방향에 대한 등급도 공개하는 것은 그 동안 같은 아파트 단지라도 층, 향, 조망에 따라 공시가격이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구체적인 기준을 알 길기 없었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에 반영되는 층, 향에 대한 객관적 지표가 미비해 조사자의 주관이 개입되는 경우도 있어 논란이 많았다. 로열층(통상 중간층)을 기준으로 층별 가격 차이를 나타내는 비율인 ‘층별효용비’가 세대 별로 공개되지 않아 공시가 신뢰를 떨어뜨리는 문제도 있었다. 지난 2019년 서울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 포레의 경우 조사자가 세대별 층별효용비를 모두 동일하게 적용해 2개 동 230가구 공시가가 모두 정정되는 일도 있었다.
이에 내년 상반기부터 등급화가 상대적으로 쉬운 층(최대 7등급)·향별(8방향) 등급을 먼저 공개하고 조망(도시·숲·강 등)과 소음(강·중·약) 등 조사자 주관이 적용되는 항목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2026년까지 등급 공개를 추진한다.
정부가 산정(평가)하는 공시가의 철저한 검증을 위해 광역지자체에 검증센터도 마련한다. 현재 공동주택과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한국부동산원이, 표준지(토지)는 감정평가사가 공시가격을 매긴다. 이를 토대로 각 지자체가 개별 토지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을 정한다. 하지만 부동산원이나 감정평가사가 정한 공시가격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고 서울시, 제주도 등은 공시가격 산정 권한을 지자체로 이양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검증센터를 대안으로 내놨다.
올해 중 서울시와 협업해 공시가격 검증센터 운영을 위한 제도를 설계하고, 내년에는 2~3개 시·도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자체 검증센터 설립으로 공시가격 산정 주체인 한국부동산원이 이의신청 검토 업무까지 맡는 ‘셀프 검증’도 사라진다. 내년부터 부동산 소유자가 공시가격에 대해 이의 신청을 하면 지자체 검증센터에서 1차 검토를 하고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가 최종 심의하게 된다.
이 밖에 지난해 기준 520명인 부동산원 공동주택 공시가격 조사 인원을 2025년엔 690명까지 늘릴 방침이다. 조사자가 책임감을 갖고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내년부터 공동주택 공시가격 열람 때 조사자의 실명과 연락처를 공개하는 ‘공시가격 실명제’도 도입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시가격 투명성·정확성 제고는 현 정부의 중요한 국정과제”라며 “전문가들과 수차례 논의 끝에 이행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