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처음으로 참석한다. 윤 대통령은 미국·일본 등의 정상들과 만나 한미일 공조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정상회의에도 참석해 공급망 다변화 방안을 모색한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있어 양국 관계 정상화의 물꼬를 틀지 주목된다.
최근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 움직임으로 APEC 정상회의에 임하는 윤 대통령의 어깨도 무거울 것이다.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재래식무기를 제공하는 대가로 첨단 군사기술을 이전받아 핵·미사일·정찰위성 등 대량 살상 무기를 고도화할 경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신(新)냉전 체제를 맞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어 중국의 대만 침공이나 북한의 기습 도발까지 벌어져 ‘다중 전쟁’ ‘3+α 전쟁’ 등이 발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미국의 외교·군사 자원이 분산되고 북한의 오판을 불러올 수 있다. 한미 동맹 격상을 통한 확장 억제 대응 능력을 구체화하는 한편 킬체인 고도화 등으로 자주 국방력을 강화해 북한이 도발할 엄두도 내지 못하게 해야 한다.
또 글로벌 경제 패권 전쟁 속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면 미국과의 경제 협력을 증진해 양국이 ‘윈윈’ 할 수 있는 관계를 조성해가야 한다. 반도체·배터리 등 중국의 첨단산업에 대한 미국의 견제 강화가 우리 기업들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조 바이든 행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한중 관계를 상호 존중과 호혜 추구의 사이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정교한 실용 외교 전략을 펴야 한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대중 굴종 외교’에서 벗어나 시 주석의 한국 방문 성사 등을 통해 양국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 그래야 경제 협력 확대에 따른 공동 이익·번영을 추구하고 북핵 문제 해법의 돌파구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