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박철범 칼럼]태영건설 워크아웃 이후가 더 중요하다

박철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실사 거치며 일부 사업장 정리 가능성

추가 부실땐 과감하게 워크아웃 중단

금융권 선제적 PF 구조조정 유도하고

유동성 지원안 마련 금융안정 대비를





지난해 말 만기가 도래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상환하지 못한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을 신청했다. 일반적으로 건설 프로젝트는 시공사가 10%의 자기자본금과 90%의 대출을 가지고 시작하는데 차가워진 부동산 경기와 높은 이자율로 태영건설이 부동산 PF를 위해 빌린 자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이다.

워크아웃이란 일시적으로 위험에 빠진 기업을 부도가 발생하기 전에 채권단의 감독하에 살려내는 작업이다. 태영그룹은 워크아웃을 신청하고 나서도 맹탕 자구안을 제출하거나 유동성 확보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시장에서 불안을 키우던 태영그룹은 금융 당국과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의 압박을 자초했다. 결국 태영그룹 창업자인 윤세영 회장이 직접 나서 지주사 티와이홀딩스와 핵심 계열사인 SBS 지분까지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나서야 채권단의 워크아웃 동의를 받았다. 하지만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로 태영건설의 경영이 정상화되고 금융권 또는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종결된 것은 아니다.



태영건설은 앞으로 석 달간 채권단의 채권 이행 유예를 받는다. 그리고 태영건설 부동산 PF 사업장들에 대한 실사를 받는다. 실사를 통해 개별 사업장의 수익성과 사업 진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옥석을 가리는 작업이 진행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사업장이 정리되고 태영건설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갈 수 있다.

관련기사



태영건설은 자산 및 부채의 실사 과정에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부채 상환 유예뿐만 아니라 신규 자금 지원도 받는다. 이러한 과정은 한국 사회가 태영건설을 좋게 보기 때문이 아니다. 작게는 태영건설 경영 정상화를 위한 과정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태영건설 문제가 건설 업체와 금융회사들의 연쇄 위기로 이어져 한국 경제 전반에 엄청난 충격을 미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태영건설과 태영그룹 관계자들은 이 점을 명심해 뼈를 깎고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구조조정 방안과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해 제출하고 이를 성실하고 진정성 있게 수행해야 할 것이다.

태영건설의 자산과 부채를 실사하고 워크아웃 절차를 감독하는 채권단의 역할도 아주 중요하다. 실사 단계에서 채권단은 외부 전문 기관을 섭외해 부동산 PF 사업장들을 실사할 것이라고 한다. 무수히 많은 채권 금융사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힐 수밖에 없는 부동산 PF 사업장들에 대한 실사 과정에서 채권단은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말고 경제 논리를 바탕으로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실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실사 과정에서 태영그룹과 태영건설이 약속한 자구 계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거나, 추가적인 대규모 부실이 발견된다면 채권단은 과감하게 워크아웃 절차를 중단하고 태영건설이 법정관리(기업 회생 절차)를 밟게 해야 할 것이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이후 금융 당국은 태영그룹에 대한 압박을 통해 보다 의미 있는 약속을 이끌어냈고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발빠르게 대처했다. 하지만 태영건설의 부실 문제가 부동산 PF 건설 업체와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주택 공급과 고용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충격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금융 당국 역시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 태영건설이 건설하는 아파트를 분양 받은 계약자들이 입주 지연 등의 손해를 볼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태영건설뿐 아니라 다른 건설사의 부실 부동산 PF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권의 선제적인 PF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실행해야 한다. 또 기업 빚이 국내총생산(GDP)의 125.6%에 달하고 있으며 기업대출 중 만기가 1년 내에 도래하는 단기 대출의 규모가 900조 원에 가깝고 대출 연체율이 2금융권을 중심으로 상승하고 있는 현 상황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그리고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에 유동성을 지원할 계획도 미리 마련해 금융 안정 유지를 위한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