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총선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으로 꼽히는 경기 수원을 찾아 철도 지하화 등 ‘통 큰 지원’을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이 5석을 모두 장악한 수원에서 반도체·교통 공약과 외부 전문가들을 앞세운 민생 정책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구상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수원 장안구에서 ‘구도심 함께 성장’을 주제로 한 4호 공약을 발표했다. 수원은 팔달구와 장안구를 동서로 가르는 경부선 철길로 고질적인 교통 정체에 시달리고 있다. 철도로 도시가 분단돼 개발과 이동이 제한되는 도심 단절과 주변 노후화라는 ‘이중고’를 겪는 중이다. 국민의힘은 경부선 철도를 지하화하고 상부 공간과 주변 부지의 통합 개발을 통해 지역 주민의 숙원 사업을 마무리 짓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전국 주요 권역 광역급행열차 도입 △구도심 내 공원·직장·주거·편의시설 ‘15분 생활권’ 조성 △전국 주요 도시 복합 문화·스포츠 공간 조성 지원 방침을 밝혔다.
경기도 남부 일대의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구축에도 당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반도체벨트(경기 수원·화성·평택·용인)’를 거점으로 경기도 ‘표심 공략’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 위원장은 이날 수원 한국나노기술원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반도체 산업을 이끈 역군들을 지원하고 도울 준비가 돼 있다”며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한 위원장이 공을 들이고 있는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의석이 달려 있는 곳이다. 특히 수원은 경기도 내 최다 선거구이지만 20·21대 총선에서 민주당에 내리 참패한 대표적 ‘험지’로 평가받는다. 당내에서 김현준 전 국세청장(수원갑), 이수정 경기대 교수(수원정),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수원병),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수원무) 등 외부 영입 인사들의 출마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도 지역구 탈환을 위해서는 분위기 반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한 위원장은 민주당 내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에 대한 공세도 이어갔다. 그는 이날 한 토론회 축사에서 “지난 수십 년간 대한민국 정치의 주류로 자리 잡은 86세대 정치인들은 국민과 민생은 도외시하고 나라의 발전을 가로막았다”며 “86 운동권 특권 세력 청산은 시대정신”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