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사외이사 ‘3년 단임’으로 하자고?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요즘 사외이사가 동네북이 됐다. 아니 죄인이 됐다. 국내 한 대학 경영과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외이사 임기를 3년 단임으로 해보자”고 주장했다. 아마 소유분산기업의 사외이사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자는 것 같다. 금융감독원장을 지낸 분도 한 일간지 칼럼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올바른 기업 지배구조 확립이 관건이라면서 “사외이사 임기를 단임제로 하는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유분산기업의 참호구축(entrenchment)이 사외이사 임기 때문이라거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사외이사 임기의 중임 때문이라고 하니 사외이사들은 황당하다 못해 참담하겠다.

‘전라디언의 굴레(조귀동·2021)’ 제4장의 제목은 ‘부패와 무능의 도시’다. 저자는 “구조화된 부패의 핵심 원인으로 한 정당이 독주하는 광주의 정치 상황이 손꼽히는 이유”라고 썼다. 광주에서만큼은 민주당이 일사불란 독주하는 정치 상황이 광주를 ‘부패와 무능의 도시’로 만들었다는 진단이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임명한 감사(監事)도 충분히 감사(監査)하고 있는 것처럼 이사회의 운영을 감시할 소위 야당 역할을 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이사회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다.



사외이사의 연임을 법률로 제한한 나라는 한국과 독일(감독이사회의 이사는 5년씩 두 번, 최장 10년) 외에는 없다. 상법시행령은 사외이사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고 있고(계열회사 포함 9년), 상장회사의 경우 두 군데서만 재직할 수 있게 하고 있지만 이 규정은 헌법에서 ‘자유’를 삭제하려 했던 문재인 정권 때 도입됐다. 성과가 좋고 주주가 원한다면 100년을 하든 말든 무슨 상관인가. 윤석열 ‘자유대통령’ 정부는 마땅히 폐지해야 할 규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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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 경영학계 논문을 보면 사외이사의 임기가 길수록 기업의 성과, 투명성, 재무 보고의 품질, 감사의 품질, 주가 상승 등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을 통계로 보여주는 실증적 연구가 많다. 경험 있는 사외이사를 다수 보유한 회사들이 최고경영자(CEO)에게 더 적은 급여를 결의하고 경영 성과를 내지 못한 CEO는 교체할 가능성이 높으며 고의로 수익을 잘못 보고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지난해 9월 6일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가 김주현 금융위원장에게 보낸 공개서한을 보면 대부분의 사외이사는 5~6년 후에 최고 성과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한국 사외이사제도는 지나치게 제한적이며 최대 9년까지의 임기를 허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사외이사제도는 1997년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에 따라 도입됐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그 기능에 대해 의구심이 컸지만 어느덧 25년이 지나면서 우리 실정에 맞게 정착됐다. 없앨 수 없고 대안도 없는 이상 꾸준히 세계 표준에 맞춰가야 한다.

소유분산기업이든 아니든 3년 단임 또는 중임 금지가 제도화되면 사외이사제도가 전면적으로 허구화될 것이 틀림없다. 감사인지정제에 따라 새로 임명된 회계법인이 삼성전자를 이해하는 데만도 2년이 걸린다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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