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위대한 작가와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삶을 조금 새로운 방식으로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여행으로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얻을 수 있지만 책은 조금 더 강력한 방식으로 삶을 느끼게 합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욘 포세)
23일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욘 포세(65)가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 모인 200명의 독자들에게 화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대산문화재단과 교보문고, 주한노르웨이대사관이 ‘세계 책의 날’을 맞아 진행한 낭독회 ‘2024 낭독공감-욘 포세를 읽다’에서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작품들은 꾸준히 독자들에게 주목을 받지만 이 중에서도 포세의 작품은 해가 바뀌어도 찾는 독자들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출판계에서는 눈에 띄는 현상이다. 대표작인 ‘멜랑꼴리아(1995)’ ‘아침 그리고 저녁(2000년)’ ‘샤이닝(2023)’ 등은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가 주로 다루는 주제는 삶과 죽음의 경계다. 포세는 유독 삶과 죽음이라는 문제에 천착해 이를 희곡과 소설을 통해 다뤘다.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소설 ‘샤이닝’에서 포세는 막다른 길에서 헤매다 신비의 존재들과 마주치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의 모호한 경계를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이날 사회를 맡은 정여울 작가가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을 읽으면서 죽음에 대한 공포를 잠시나마 극복할 수 있었다고 감상을 밝히자 포세는 “사실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거리가 멀지 않다”며 “이 소설을 쓸 때 독자들에게 죽음이 더 무서워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썼다”고 전했다.
소설뿐 아니라 희곡으로도 세계적 명성을 얻은 그는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창작한 경험도 공유했다. 포세는 “장르를 넘나드는 것이 작가의 삶을 오히려 수월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며 “시와 소설에서 써온 침묵이라는 장치가 희곡에서 더 잘 쓸 수 있다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희곡을 쓸 때 소설과 시 작업에서 배운 것을 적용할 수 있게 되니 이를 다 합쳐 새로운 언어를 탄생시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여러 장르에서 문학적 세계를 다진 그는 자신만의 리듬도 체계화했다. 그에게 문학은 음악과 같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 인물의 서사는 물론 장르와 문장부호까지 자연스럽게 리듬감을 갖게 된다. 그는 “그 리듬과 텍스트 흐름에 따라 쉼표와 마침표를 쓰곤 한다”며 “글 자체가 음악이다 보니 글을 쓸 때는 음악을 들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듣는 음악과 제가 쓰는 음악이 서로 충돌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작하는 그는 40년 넘게 새벽에 글을 쓰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40년 간 변하지 않은 게 하나 있다면 오전에 글을 쓴다는 것”이라며 “잠에서 깨자마자 최대한 글을 빨리 쓴다. 요즘엔 오전 5시부터 글을 쓰기 시작한다”고 했다.
그는 독서 인구가 줄어드는데 책을 읽어야 할 이유를 두고 “책을 읽다가 재미없으면 그만 읽으면 된다”며 “내가 아닌 다른 인물들을 경험하면서 삶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게 되고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