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동 개혁의 성과로 내세운 노동조합 회계 공시제가 시행 2년 차에도 순항했다. 이 제도에 대한 노동계의 반감은 여전하지만 제도 취지와 설계가 성과를 내고 있다.
3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공시 대상 노조 681곳 가운데 605곳이 참여해 참여율(잠정치)은 88.8%를 기록했다. 고용부는 설립연도·결산시기 등 이날까지 공시가 어려운 54개 노조의 경우 9월 말까지 제출 마감일을 허용했다. 이들 노조가 공시를 완료하면 올해 참여율도 9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0월 시행된 노조 회계 공시는 노조와 산하조직(노조의 내부조직)이 수입·지출·자산·부채 등 회계 기본 항목을 자율적으로 정부의 공시 시스템에 기입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조합원과 국민이 회계 정보를 열람해 이들의 알 권리를 강화하는 게 목적이다. 정부는 노조 회계 공시를 노동 개혁의 목표인 노사 법치주의의 일환으로 드라이브를 걸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말부터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강조한 게 이 제도의 시작이다. 국고보조금, 세액공제처럼 여러 혜택을 받는 일부 단체의 허술한 운영을 막겠다는 정부의 의도도 담겼다.
하지만 노조 회계 공시제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공시제가 자주성을 침해한다며 반대하던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공시제 참여로 입장을 바꾸면서 ‘본궤도’에 올랐다. 그 결과 첫해 공시 대상인 조합원 1000명 이상 노조 및 산하조직 739곳 가운데 675곳(91.3%)이 결산 결과를 공개했다. 제도 설계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정부는 공시를 한 노조 및 산하 조직만 1년치 조합비 중 15% 세액공제 혜택을 받도록 했다. 노조와 노조 상급단체가 공시를 하지 않으면 조합원이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수면 아래에 있던 노동계의 공시제에 대한 불만은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조가 표출했다. 금속노조는 2월 정기 대의원대회를 열고 올해 회계 공시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금속노조는 공시제 거부 이유에 대해 “회계공시제는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근거한 정당한 요구가 아니다”라며 “노조 탄압의 수단인 만큼 공시를 거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