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전체 가입 금액이 출시 8년 5개월 만에 30조 원을 돌파했다. 특히 2021년 투자중개형 ISA 도입 효과로 증권사들의 가입 금액이 급증하면서 은행권과의 격차를 2조 3000억 원까지 벌린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투자협회는 8월 말 기준으로 ISA의 가입 금액은 30조 2722억 원, 가입자 수는 564만 6000명을 기록했다고 30일 밝혔다. 지난해 3월 가입 금액이 20조 원을 넘어선 지 1년 5개월 만에 10조 원 이상이 더 늘어난 셈이다. ISA 가입 금액의 10조 원 돌파 시점이 2021년 9월인 점을 감안하면 그 증가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ISA는 주식·펀드·예금 등 여러 금융 상품을 하나로 모아 투자할 수 있는 계좌로 2016년 3월 출시된 상품이다. 이자와 배당소득, 국내 상장 주식 손익 등을 합산해 일반형 기준으로 최대 200만 원(서민형 최대 400만 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도 9.9%의 저율 분리과세를 적용받는다.
금투협에 따르면 최근 ISA 시장 규모 확대는 누구보다 증권사가 주도했다. 올 5월 말 처음으로 은행권을 제친 증권사의 ISA 가입 금액은 8월 말 16조 3000억 원까지 불어나 전체 시장의 53.9%를 점유했다. 은행의 ISA 가입 금액 14조 원(46.1%)보다 2조 3000억 원이나 더 많은 수치다.
증권사의 ISA 가입자 수도 473만 4000명(83.9%)으로 91.2만 명(16.1%)인 은행의 5배 이상에 달했다. ISA 도입 초기인 2016년 말과 비교하면 은행 가입자 수는 127만 명 감소한 반면 증권사는 452만 5000명 더 늘었다.
금투협은 증권사의 ISA 사업 성장세가 2021년 2월 고수익 투자 상품인 투자중개형 도입 이후 촉발된 것으로 분석했다. 투자중개형 ISA는 증권사만 취급할 수 있고 주식(39%)과 상장지수펀드(ETF·33%)에 주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투자중개형 ISA 가입 금액은 출시 이후 올 8월까지 15조 9400억 원이나 증가해 해당 기간 전체 시장 증가액의 52.7%를 차지했다. 저수익 금융 상품으로 분류되는 신탁형과 일임형의 가입 금액은 이 기간 각각 6조 8263억 원, 247억 원 감소했다. 가입자 수도 투자중개형이 469만 1000명 증가하는 사이 신탁형·일임형은 93만 6000명, 16만 3000명씩 줄었다.
연령별로는 20대 가입자 비중이 2020년 말 6.4%에서 올 8월 말 17.0%로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20~30대에서는 남성(123만 3000명)이 여성(97만 4000명)보다 많이 가입했지만 50대 이상에서는 여성(116만 8000명)이 남성(97만 3000명)보다 많이 가입했다. 상품별로는 20~30대는 투자중개형(43%)을, 50대 이상은 신탁형(62%)을 가장 많이 선호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투협은 정부가 최근 ISA 비과세 한도를 최대 500만 원(서민형 최대 1000만 원), 납입 한도를 연간 4000만 원(총 2억 원)까지 확대하는 세법 개정안을 추진하기로 한 만큼 가입 규모도 한층 더 불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환태 금투협 산업시장본부장은 “ISA가 명실상부한 국민 자산관리 계좌로 굳게 자리매김했다”며 “ISA 세제 혜택이 확대되면 증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