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증폭되는 경제·안보 복합위기, 국력 결집으로 안전벨트 죌 때다


우리나라를 뒤덮은 경제·안보 복합 위기의 그림자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미국 대선과 관련한 ‘트럼프 리스크’, 러시아와 밀착하는 북한의 군사 도발 위협, 일본의 정치 혼돈까지 뒤얽혀 한국 경제와 안보의 지지대 역할을 해온 수출과 한미일 공조가 동시에 위기에 직면했다. 당장 우려되는 것은 11월 5일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가능성이다. 트럼프는 한국을 ‘머니 머신’으로 칭하며 방위비 분담 증액을 압박하는가 하면 한국·중국·독일 등의 일자리와 공장을 빼앗을 것이라며 연일 통상 압박 카드로 위협하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의 반도체 기업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그들이 와서 무료로 공장을 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미국 정치권이 여야를 막론하고 ‘자국 우선주의’에 경도되면서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미중 패권 경쟁의 골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 행정부가 28일 반도체, 양자컴퓨터, 인공지능(AI) 분야의 대중(對中) 투자 전면 통제를 발표한 것은 미중 무역전쟁 확전을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 미중 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은 한국에는 큰 악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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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측면에서 러시아와 군사동맹 수준으로 밀착한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감행하며 한반도와 세계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러시아라는 뒷배를 믿고 북한이 대남 군사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커졌다. 북한은 백령도에서 이륙한 무인기가 침투했다는 억지 주장을 펴며 “주권 침해 재발 시 도발 원점은 영영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서북도서를 겨냥한 도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북러가 6월 체결한 군사조약에 따라 한반도의 군사적 충돌에 러시아가 개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데도 어느 때보다 공고해야 할 한미일 안보 공조는 미국 대선과 일본 정권 불안이라는 암초를 만나 외려 취약해지고 있다.

밀려오는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방파제를 쌓아야 하는데도 정치권은 여야의 무한 정쟁과 여당 내분 등에 골몰하고 있으니 답답하고 안타까운 상황이다. 지금은 국력을 결집해 복합 위기의 파고에 휩쓸리지 않도록 안전벨트를 단단히 조여야 할 때다. 정부는 경제·안보 현실을 엄중하게 파악하면서 정교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여야 정치권도 당파 싸움을 멈추고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보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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