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美주식·코인에만…'모험자본' 말라간다 [시그널]

◆모태펀드 상반기 신규투자 1.1조…감소세 지속

IPO 침체에 벤처 초기투자 기피

가상자산 등 투기성 자금만 넘쳐





2년째 하락세를 보인 모험자본 투자가 좀처럼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마저도 리스크를 안는 신생 기업 초기 투자는 기피하면서 보수적으로 성장 후기 단계 기업에 집중하는 경향만 높아졌다. 특히 국내 주식시장 침체에 기업공개(IPO) 부진까지 겹친 사이 비트코인 등 투기성 자금으로만 흘러간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모태 출자펀드 신규 투자 금액은 저금리에 유동성이 풍부했던 2021년 3조 9666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2조 4944억 원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올 상반기에는 1조 1099억 원을 투자해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지만 아직도 바닥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투자 대상 기업도 2020년 2014개에서 지난해 1459개로 27.56% 축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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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흐름은 국내 벤처캐피털(VC)의 신규 투자 감소로도 이어졌다. 모험자본이 말라가는 주요인은 IPO를 통해 이른바 ‘대박’을 치는 투자 성공 사례가 등장하지 않자 관망하는 투자 기조를 이어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넘치는 유동성이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를 높였지만 거품이 확 빠져나가면서 조 단위 대어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대표적으로 토스(비바리퍼블리카)는 국내 IPO 대신 미국 증시 상장으로 눈을 돌렸고 마지막 투자를 받을 때 3조 5000억 원이던 컬리의 기업가치는 10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자금 조달 관점에서도 여건이 어렵다. 금리 인하 기조가 계속 늦춰지는 데다 수시 출자 기관들도 잇따른 실패 사례 등장으로 인해 자금 공급을 주저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자 자금은 생산성을 높일 국내 산업 자본을 외면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9만 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넘어서면서 투자자들은 너나 없이 가상자산에 빠져 있다.

한국 증시보다는 미국 증시 선호도도 강해졌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5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995억 7300만 달러로 지난달 말(910억 6000만 달러)보다 9.3% 불었다.

VC 업계의 한 대표는 “기업의 잠재력만 보고 투자하기에는 주저하게 된다”며 “인공지능(AI) 등 성장 분야에서 성공 사례가 한두 개 나와야 시장이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원 기자·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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