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지식재산은 역동경제 만드는 황금열쇠

■김완기 특허청장

美 애플·테슬라 등 탄생 이끌고

日 소재·장비 제조업 강국 도약

AI 등 기술변혁 주도권 쥐려면

'강한 특허' 전략으로 전환 필요





1980년대 미국은 산업 경쟁력 하락으로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독일과 일본에 내줘야 할 처지였다. 시장에는 일본·독일 제품이 범람하는 가운데 뉴욕 맨해튼의 빌딩들은 일본 등 외국자본에 넘어갔다. 계속되는 재정과 무역의 쌍둥이 적자로 위기에 몰렸다. 이런 경제위기에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존 영 휴렛팩커드 회장에게 국가경제재건위원회 의장을 맡겼는데 당시 핵심 전략으로 제안된 것이 ‘프로-패턴트(Pro-Patent)’ 전략, 이른바 ‘강한 특허’ 전략이다.

이에 레이건 행정부는 특허전담법원인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을 신설하고 지식재산권과 통상 정책을 연계하는 조치로 지식재산권 침해 혐의가 확인되는 국가의 수입품에 대해 보복조치를 취하는 통상법 슈퍼 301조를 시행했다. 또 미생물·소프트웨어 등으로 특허의 대상을 확대했고 기술이전을 촉진하는 바이돌(Bayh-Dole)법을 제정·시행하면서 강한 특허 전략의 불을 지폈다. 그 결과 정보기술(IT) 발전과 벤처 창업이 활성화됐다. 강한 특허 전략은 궁극적으로 애플·테슬라·구글 등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이 탄생하는 초석이 됐다.



일본은 2000년대 초 자국의 기술 경쟁력에 대한 자성을 통해 ‘과학기술입국’ 정책을 대신해 ‘지식재산입국’ 전략을 선포했다. 2002년 지식재산기본법을 제정하고 총리 직속으로 지식재산전략본부를 설치해 범국가적인 지식재산전략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2005년 일본지식재산고등재판소를 설립했고 일본 특허의 무효율을 대폭 하락시키면서 일본판 강한 특허 전략을 본격적으로 구체화했다. 일본 역시 강한 특허 전략으로 제조업을 부활시키는 기반을 닦았다. 산업 전반에서의 우위는 약화돼 가고 있지만 여전히 소재·장비 산업에서는 절대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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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산업·기술 전략은 1980년대 이래 오랫동안 추격형 전략이었다. 외국의 기술을 개량하거나 대체기술을 개발해 국산화하는 전략을 추구해왔다. 이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은 ‘약한 특허’ 전략을 선호했다. 그 결과 양적으로는 2023년 말 현재 약 130만 건의 특허가 국내에 등록돼 존속하고 있지만 세계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강한 특허는 많지 않다. 우리 경제는 저출산 고령화로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고 세계 경제는 인공지능(AI)·양자기술로 대표되는 기술 변혁을 맞이하는 지금 필요한 것은 강한 특허 전략으로의 전환이다. 기업의 기술투자를 크게 촉진하고 기술 개발은 물론 창업 의지를 꽃피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특허청은 4개 어젠다와 12개 추진 과제로 구성된 ‘지식재산 기반 역동경제 구현 전략’을 마련하고 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 및 각종 기업 단체들과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전 세계 첨단기술 정보가 담긴 6억 건의 특허 빅데이터를 활용해 우리 기업이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도록 최적의 핵심 특허 선점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지식재산을 활용하는 지식재산 금융과 사업화를 통해 혁신 기업이 수출 경쟁력을 확보해 글로벌 무대에서 성장해 나가도록 뒷받침할 예정이다. 더불어 해외로 진출한 우리 기업의 지식재산을 제대로 보호하고 핵심 기술 유출 방지로 경제안보를 강화할 것이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경제 환경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위기는 항상 있어 왔고 우리는 역사 속에서 지혜를 얻어 극복해왔다. 경제위기에 대한 선진국의 해법은 강한 특허 전략이었고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줬다. 대한민국이 역동경제를 달성하는 황금열쇠는 지식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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