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녹조 제거·돼지 도축…기피 업무 빈자리 채운 로봇 '부르는 게 값'

■ '귀한 몸' 된 로봇 기업

로보스, AI 접목 도축공정 자동화

에이트테크 폐기물 선별로봇 개발

에코피스는 수질 오염원 찾아 제거

기피업무 인력난 속 해결사 부상

국내외 고객사 늘며 매출도 쑥쑥


대표적인 미래 유망 산업으로 꼽히는 로봇 분야에서 올해 들어 매출액이 급증하는 기업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녹조 제거, 도축, 쓰레기 선별 등 기피 성향이 강하거나 위험한 업무를 로봇이 대체하는 데 성공하면서 국내외 고객사를 대거 확보하는 선순환 효과를 만들어낸 덕분이다. 벤처 투자 업계에서는 일부 로봇 회사들을 두고 ‘부르는 게 몸값’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돼지 도축 등을 대신하는 로봇을 개발한 로보스는 올해 약 55억 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로보스는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도축 공정 로봇을 개발하며 창업 1년 10개월 만에 7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내년에는 매출 300억 원도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2026년에는 약 3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상장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올해 약 75억 원의 매출액이 예상되는 에이트테크 역시 내년 상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회사는 기존 자동화 장비로는 분류할 수 없는 맥주병 등 무거운 제품이나 원형을 유지하지 않은 폐기물을 정확히 선별하는 로봇을 개발해 화제가 됐다. 현장에서 2년간 실증 테스트를 거치며 300만 건 수준의 폐기물 데이터를 수집한 결과 99.3%에 이르는 객체 인식 정확도를 자랑한다. 인력 대비 속도는 240% 늘고 비용은 279% 줄이는 효과를 낸다. 이러한 경쟁력을 인정받아 GS벤처스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으며 누적 122억 원의 투자금을 조달했다.



‘녹조 제거 로봇’을 개발한 에코피스는 올해 첫 외부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 회사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55억 원이며 내년에는 올해 대비 3배 이상의 매출액이 예상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 회사는 물 위를 떠다니면서 수질을 측정하고 AI 기술로 녹조 등 오염원을 찾아 제거하는 로봇 ‘에코봇’을 만든다. 자율운항 시스템과 상단의 태양광 충전 장치로 24시간 연속 물 위를 떠다니며 하루 1.5톤의 녹조를 제거한다. 기존 유인 녹조 제거선과 비슷한 처리량이지만 사람이 필요 없고 24시간 연속 작동이 가능해 결과적으로 처리량이 많고 비용도 적게 드는 것이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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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봇은 대청댐·안동댐·낙동강 등 국내 주요 수자원 시설 10여 곳에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도입을 문의해오는 지방자치단체가 늘어나고 있어 설치 대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해외시장에서도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CES 참가를 계기로 스페인, 브라질, 중동 지역 바이어들과 수출 계약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그래비티벤처스 관계자는 “기존 로봇 기업들이 쓰레기 분류나 환경오염 같은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는 기술력을 내세워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면 이제는 실적으로 기업가치를 증명해가고 있는 국면”이라며 “이미 상장한 로봇 회사의 시가총액에서 보듯이 매출 상승세를 보이는 벤처·스타트업의 기업가치는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로봇 기업 중에도 매출 호조세를 보이는 곳이 적지 않다.

선박 용접, 치킨 조리 등의 협동로봇 전문 기업 뉴로메카는 올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62억 3000만 원, 영업손실 56억 7000만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약 102%, 영업손실은 61% 늘었다. 올해 누적 매출은 172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최근 수주가 잇달아 연말까지 실적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HD현대로보틱스·두산로보틱스와 함께 국내 대표 협동로봇 기업으로 꼽힌다. 협동로봇이란 사람들과 같은 작업 공간에서 일하도록 설계된 로봇으로 공장 제조 라인은 물론 요식업 등의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유일로보틱스는 3분기 매출 100억 9000만 원, 영업이익 1억 3000만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5% 증가했고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유일로보틱스는 2차전지 산업의 생산 효율 개선을 중요한 과제로 삼고 전기차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의 각 세부 공정별로 최적화된 로봇 자동화를 자체 과제로 선정해 로봇 자동화 솔루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투자 혹한기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지만 로봇 분야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한다. 한 투자 업계 관계자는 “로봇 분야는 대기업과 벤처캐피털이 동시에 대규모 뭉칫돈을 투입하는 몇 안 되는 분야”라며 “1~2년 내 상장을 앞둔 회사들은 ‘부르는 게 몸값’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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