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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톱 5' 진입을 노리는 현대자동차의 신병기인 'i20'가 첫 모습을 드러냈다. 수년째 BMW·피아트와 중위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대차는 소형 해치백 모델인 신형 i20을 앞세워 3%대에 머물고 있는 유럽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2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의 '포르트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개막한 '2014 파리모터쇼'에서 유럽형 신형 i20를 처음 공개했다.
양웅철 연구개발 총괄 부회장과 임탁욱 해외영업본부장 등이 참석한 이날 현대차 컨퍼런스에는 전세계 미디어 및 업체 관계자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몰려 신형 i20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드러냈다.
내년부터 유럽에서 본격 판매되는 신형 '제네시스'가 현대차에게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줄 세단이라면 신형 i20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유럽 시장 판매량을 끌어올릴 전략 모델로 지목된다. 임 본부장은 "i20은 경제성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인의 기호를 충실히 반영한 모델"이라며 "소형 해치백 모델이지만 파노라마 선루프와 통합형 후방카메라, 전면 발광다이오드(LED) 램프를 장착하는 등 고급 성향의 유럽인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현대차의 열정을 담았다"고 강조했다.
i20는 국내에서는 판매되지 않는 유럽 전략 차종이다. 구형 모델은 지난해 8만754대가 팔렸다. 올해 1~8월 판매량도 5만782대에 달했다. 현대차에서 'i30'와 '투싼ix'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팔린 차종이다.
현대차가 유럽 고객들이 선호하는 편의사양과 인테리어를 대거 반영한 신차를 다시 내놓은 것은 세계 3대 시장인 유럽에서의 부진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현대차의 지난해 유럽 점유율은 3.4%로 5년 만에 처음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올해 들어서도 2월(3.5%)을 제외하고 내내 3.1~3.3% 수준에 머물며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기아차도 올해 파리모터쇼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올 뉴 쏘렌토'와 맞춤형 소형 다목적차량(MPV)인 '벤가'의 부분변경 모델, '쏘울' 전기차 등을 공개하면서 유럽 시장에서 반전을 꾀하는 현대차와 보조를 맞췄다.
현대·기아차는 유럽에서 BMW·피아트와 함께 수년째 중위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올해 누적 판매량은 BMW가 53만1,452대, 피아트가 51만9,433대로 현대·기아차(51만7,194대)를 간발의 차로 앞서고 있다. 현재 5위인 GM(62만6,667대)과는 11만대 가량 차이가 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위기 상황을 돌파하는 가장 공격적인 경영 전략은 신차 출시"라며 "i20에 이어 내년에 제네시스까지 가세하면 유럽 톱5 달성도 결코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