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윤윤수의 경영미학] 1. 월급장이, 자랑스런 봉이 되게

그래서 휠라코리아는 한국기업이라고 그는 떳떳이 주장한다. 그는 경영자의 성공에는 비결이 없고, 있다면 정직 뿐이라고 말한다. 본지는 그의 경영철학이 구조조정의 열병을 앓고 있는 한국기업들에게 귀감이 될 것으로 여겨 매주 목요일자 성장기업 페이지에 「尹潤洙의 경영美學」을 연재키로 했다.【편집자 주】월급장이는 봉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봉이다. 필자 생각으로는 두가지 연유에서 그렇다. 91년 필자는 연봉 150만달러를 받으면서 FILA의 월급장이 사장으로 출발했다. 당시 환율로 계산해도 우리돈 10억원이 넘는 연봉이다. 관할 세무서에 갑근세 신고때의 웃지못할 일화도 많았다. 당시 대기업 사장일지라도 공식월급(?)은 1,000만원도 흔치 않던 때다. 그러니 필자의 월급 1억원 신고때 「0이 하나 더 붙은게 아니냐」「누굴 놀리냐」는 등등 옥신각신이 있을 만했다. 96년에는 이윽고 우리돈으로 18억원 이상으로 연봉이 늘어났다. 순수 월급쟁이의 연봉으로는 한국에서 최고수준이었다. 9억원 이상 세금도 납부했다. 그러니 본의 아니게 사람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알다시피 근로소득세는 그 흔한 에누리 흥정도 있을 수 없고, 숨길 수도 없다. 더더욱 연체도 불가능하다. 태양아래 홀랑 벗은듯 하다해서 「유리지갑」이라하지 않는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월급장이를 흔히 봉이라 한다. 이 때의 「봉」이란 말속에 탄식과 억울함이 잔뜩 배어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국어사전의 풀이는 이렇다. 첫째, 「빨아먹기 좋은 사람」이다. 「봉을 데리고 왔으니 술값은 걱정말게」라는 예문도 소개되어 있다. 월급쟁이는 빨아먹기(?)가 좋은 사람, 국가가 세금을 받아내기가 편한 국민이라는 뜻인가 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월급장이는 영낙없는 봉이다. 적당히 속일수도, 흥정도, 연체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은 매출의 약 30%만 신고 한다고 엊그제 신문에도 대서특필됐다.변호사, 의사, 건축사 등 전문직 알부자들도 당연히 턱없이 적은 액수로 신고한다. 누구나가 다 아는 현실이다. 가장 솔선수범해야 할 그들이 범법을 하고 있다. 그러니 법을 지키고 세금을 정직하게 납부하는 월급장이의 탄식이 넘치는 사회. 천신만고 끝에 대기업 사장이 되어봐야 대졸 신입사원의 5~6배에 지나지 않는 생계보장형(?) 연봉을 받는 사회. 대졸 신입사원의 50배, 100배가 되는 연봉을 받는 부자소리 듣는 청부(淸富)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사회. 그래서 혹시 공식월급은 제쳐놓은 후 뒷구멍으로 적당히 삥땅을 쳐도 묵인받는 사회. 떡값(?)이 봉급보다 많은 사회. 또 세금처리는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오너가 뒤로 슬쩍 챙겨주는 월급 아닌 월급, 별봉 앞에 비굴해질 수밖에 없는 고급 월급장이가 존재하는 사회. 필자는 이를 안타까워하지 않을 수 없다. 봉의 둘째번 사전적 풀이는 「봉황의 준말이면서 또한 봉은 수컷」으로 돼 있다. 상상 속의 상서로운 길조다. 새 중의 으뜸을 상징한다. 대통령을 상징하는 문양역시 봉황이다. 그만큼 귀하고, 복되고, 중요한 존재라는 뜻일 게다. 그런 점에서 매출누락을 일삼고, 소득을 숨기는 잡새(雜鳥)들과는 다르다. 국가를 수호하고, 나라를 살찌우는 귀중한 국민이다. 그렇다. 이런 면에서 월급장이는 또한 국가의 귀중한 봉이 아닐수 없다. 많이 벌어서 많이 세금내는 것을 존경하는 사회. 나 하나쯤 속여도 되겠지, 나와 내 처자식만 잘 살면 되겠지 하는 잡새가 고개를 못 드는 사회여야 한다. 공개된 많은 연봉과 많은 세금을 내는 봉들이 많아지는 사회. 그러기 위해 선진국처럼 철저한 보상주의가 사람의 능력을 개발한다는 간명한 진실이 실천되는 사회. 봉들이 활개치는 미래의 한국을 그려본다. 尹潤洙(FILA코리아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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