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수필] 인사철의 희로애락

崔禹錫(삼성경제연구소 소장)연말연시 인사철을 맞아 인사이동이 심하다. 신문마다 인사란에 빽빽이 이름이 올라 있다. 그러나 아는 사람은 갈수록 적어지고 있다. 한 세대가 가고 또 다른 세대가 등장함을 실감할 수 있다. 아는 사람은 적어도 인사란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한다. 인사발표가 나는 날의 사무실 광경을 상상하면 희로애락이 눈에 보이는 것 같다. 당사자 입장에선 온천하를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 분위기는 짐작할 수 있다. 한국에서 인사는 개인문제로 끝나지 않고 가족은 물론 가까운 친척, 친구, 친지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인사는 훨씬 말이 많고 파장이 크다. 좋게 된 사람은 입을 다물고 잘못된 사람만 떠들기 때문에 인사 뒤엔 뒷말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인사는 절반의 불만으로 끝날 수 있으면 다행이란 말이 있다. 인사를 아무리 객관적 기준에 따라 했다 해도 정실인사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학연, 지연, 혈연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한국사회이니 어느 쪽으로도 걸면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날 어느 경제부총리는 『인사라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실이기 마련이야. 정실로 해도 그 사람이 일을 잘하면 괜찮은 거고 그렇지 않으면 뒷소리를 듣는 거지』하고 용감하게 정실인사를 한 분도 있다. 최근엔 정실인사 때문에 대통령까지 나섰다. 『특정 고교를 중심으로 뭉친다고 하는데 절대 용서할 수 없다』는 엄명을 내렸다. 인사에 특정 고교가 논란이 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물 것이다. 심지어 서울대학교 총장선거에서도 어느 고교 출신이냐가 거론된다하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사실 특정 고교는 늘 인사이동의 중심이 되어왔다. 전통적으로 K고등학교가 주름잡았는데 3, 5, 6공땐 다른 K고가 가세했고 문민정부땐 또다른 K고, 요즘엔 또 다른 K고가 등장했다 한다. 인사란 어차피 반밖에 만족시킬 수 없는 것이지만 다소 억울해도 수긍하는 점은 있어야 특정고교 논란이 안 나올 것이다. 그러나 길게 보면 인사란 것이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긴 세월에 걸쳐 경제관계 사람들의 역정을 볼때 인사의 좋고 나쁜 것이 종이 한장 차이고 다 미리 정해놓은 길을 가는 것 같다. 인사철에 잘 됐다고 너무 기뻐할 것도 아니며 못됐다고 너무 낙담할 것도 아닌 것이다. 좋거나 낙담하는 것으로 평정심을 잃거나 심신을 다치게 되면 그것이 더 큰일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