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금융감독시스템 통째로 바꿔라] 금감원 1,600명 현장정보 사장… 지휘체계 일원화해 소통길 뚫어야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나

현장 밝은 금감원-법ㆍ제도 전담 금융위 시너지를

"과거 금감위-금감원 체제가 더 효율적" 목소리도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 2008년 2월 금융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 조직개편안을 내놨다. 재정경제부에 있던 금융정책 기능과 금융감독위원회의 금융감독정책을 하나로 합친다는 게 뼈대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만들어진 금융감독체계에 대한 첫 변화였다. 7년째인 지금 이에 대한 한계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 관련 기능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데서 나오는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서였지만 저축은행과 동양사태, 최근의 카드사 정보유출을 겪으면서 한계가 노출됐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금융감독원의 현장 정보가 금융위원회 정책에 고스란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다. 정책과 감독이 괴리돼 있다는 얘기인데 결국 제대로 된 지휘체계의 정립이 필요하다고 전직 금융감독당국 고위 관계자들이나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금융위=금융위는 저축은행 사태 이후 직접 칼을 휘두르고 있지만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에 많은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금감위원장이 금감원장을 겸임하던 금감위 시절이나 금융위 초기만 해도 금감원을 이용하고 서로 협조해 일 처리를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런 체제가 깨졌다.


지난 2011년 8월 벌어진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중단사태가 대표적이다.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금융위가 단독으로 나서 시중은행을 지도하다 보니 은행들이 신규 대출을 하지 않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이는 금융위와 금감원의 기관 간 경쟁 탓도 크다. 수장이 다르고 비슷한 업무를 하다 보니 서로 정보공유가 되지 않고 사고가 나면 남 탓에 바쁘다. 동양사태만 해도 금감원이 해결하려다가 상황이 확실히 나빠진 뒤에나 금융위가 알게 됐다. 김종창 전 원장이나 권혁세 전 원장 때도 가계부채 같은 각종 현안을 두고 사사건건 금융위와 금감원이 맞섰다. 반대되는 해법을 내놓는 사례도 있었다.


금융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사람으로 치면 금융위는 머리고 금감원은 손발"이라며 "두 기관이 힘을 합쳐도 모자란 판에 머리와 손발이 따로 노니 현안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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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여명 밖에 되지 않는 금융위 입장에서는 관련 법령과 규정 제·개정만 해도 손이 달린다. 이런 상황에서는 현장 상황은 전혀 알 수 없다는 게 전직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들의 회고다. 법령 작업에 매몰되다 보니 탁상행정밖에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에 따른 텔레마케팅(TM) 전면 영업정지도 시장상황과 정책에 따른 파급효과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나온 급조된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이 있다.

전직 금융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여의도 금융감독원 건물에서 떨어져 나올 당시 반대가 많았다"며 "노조 반발 때문에 힘들더라도 금융위는 금감원과 함께 있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따로국밥 금융감독당국…획기적 틀 필요=현실에 최적화된 금융감독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고 금융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현재처럼 사실상 따로 노는 감독체계 구조에서는 대형사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도 현장에 밝은 금융감독원과 법·제도 등을 전담하는 금융위원회 간의 지휘체계가 제대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을 우선 꼽는다. 현재의 상황은 금융위가 1,600명이나 되는 금감원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반대로 금감원의 현장 정보는 금융위에 전달되지 않는 기형적인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의 고위관계자는 "지금대로라면 금융위는 항상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금감원은 현장 아이디어나 노하우가 정책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적으로는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전직 금융당국의 한 수장은 "위원장과 원장을 겸임했던 구조가 차라리 지금보다는 효율적이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차제에 금융위와 금감원의 통합도 주장한다. 지휘체계를 확실하게 일원화하되 감독과 정책기능을 분화하자는 것이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다양한 감독체계 개편안이 나오고 있다. 2월 임시국회에서는 금융소비보호원 신설 이외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에 대한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는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 이외에 현재의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을 중심으로 예전처럼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정책을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에는 여당인 새누리당과 야당인 민주당 모두 이의가 없다. 다만 감독체계 구조의 개편을 놓고서는 여야는 물론 금융위 등과의 치열한 논리싸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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