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동십자각] 지연과 학연

산업부 李康逢차장고대 유태인들은 희년이란 의식을 가졌다. 희년이란 50년마다 한번씩 돌아오는 신이 정한 해를 말하는 것으로 과거 유태인들은 율법에 따라 엄격한 재산 재분배과정을 거쳤다. 토지를 많이 소유한 자는 50년째가 될 때마다 그 땅을 원 주인에게 돌려준다. 그렇게되면 백성들이 처음 땅을 공평하게 분배할 때처럼 되돌아가는 셈이다. 또 자신이 소유한 노예를 다 풀어준다. 그동안 빌린 빚도 다 탕감해준다. 경제적으로 빈부를 상징하는 부자와 노예가 일시에 평등한 인간이 되는 것이다. 새로 시작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고도 할 수 있다. 이같은 제도는 결과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었다. 희년을 통해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고, 경제적으로 평등한 상황에서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일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활력소가 됐을 것은 틀림없다. 나라없이 약 2,000년간 세계를 떠돌아다니던 유태인들이 현재 거대 자본을 과시하며 세계 경제의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는 강인한 생활력을 과시하고 있는 것도 희년의식에 따른 평등사상에 기초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감스럽게도 국내 상황은 신성시해야할 국민들간의 경제적 평등을 저해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최근 발생한 「이종기 변호사 수임비리」사건이 그렇다. 국민의 평등을 책임져야할 법조인이 온갖 비리를 동원, 민주주의의 신조로 삼아야할 국민들간의 평등의식을 한순간 파괴해버렸기 때문이다. 비리에 대한 조사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 모르지만 비밀장부에 기록된 사실만 가지고도 법조인들은 국민들을 볼 낯을 들지못할 지경이 됐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분노는 커지면 커졌지 가라앉지는 않을 전망이다. 문제는 법조인들에게까지 비리가 만연할 수 밖에 없는 국내 사회풍토라고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정당한 사유·절차에 관계없이 지연과 학연이 판을 치는 오래된 악습을 지적하지않을 수없다. 그같은 악습이 만연하다 결국 李변호사수임비리사건으로 불거져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3일 김대중대통령이 지연·학연에 의한 정부 인사를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법조뿐만아니라 거의 모든 부서에 불합리한 고리가 형성돼 있슴을 염두에 둔 지시라고 할 수 있다. 책임있는 사람들이 솔선수범, 국민들의 희망을 가로막는 악습을 해소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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