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 온통 부정부패 기사로 가득차 있다. 분식회계, 내부자거래, 탈세, 주가조작, 가격 담합등.. 미국 기업인들이 지금까지 저렇게 사업을 해왔구나 하며 놀랄 지경이다.여기서 주목할 점은 엔론 사태 이후 지금까지 이른바 '화이트 컬러 범죄'를 저지른 최고경영자(CEO)가 대부분 베이비 부머 세대라는 사실이다.
베이비 부머 세대란 2차 대전이 끝난 1945년부터 1960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조지 W 부시 현 대통령이 포함된 이 세대는 20대이던 1960년대에 세계적인 팝송 열풍과 청바지 바람, 히피 경향을 일으켰고, 베트남전 반전운동의 주역이었다.
이들이 직장을 갖고 본격적인 경제활동을 하면서 미국은 장기 호황이 시작됐다. 베이비 부머 세대는 장래에 은퇴할때를 대비, 봉급의 5~15%를 떼내 증권투자를 했고, 이 돈이 뮤추얼 펀드를 통해 뉴욕 증시에 유입됨으로써 80~90년대의 황소장세를 주도했다.
이제 이 베이비 부머 세대는 두번의 대통령을 탄생시켰고, 기업에서는 CEO를 양산하고 있다.
사회 지도층을 차지한 미국의 베이비 부머들이 늙어가면서 수십억, 수백억 달러의 대형 사기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다.
이 세대의 또다른 문제는 이들이 은퇴를 할 때가 됐다는 점이다. 10년후면 이 인구층이 65세에 진입한다. 인구의 주력층인 이들이 은퇴할 경우 인력난이 발생하고, 노후비용을 쓰기 위해 증시에 투자한 돈을 빼내면 주가 하락을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일본은 중일 전쟁과 태평양 전쟁을 치르면서 1935~45년 사이에 아이를 많이 낳을 것을 권장, 미국보다 10년 빨리 베이비 부머 세대를 형성했다. 이때 출생한 인구가 본격적인 경제활동을 하던 1960~80년대에 일본은 고도성장을 구가하며 미국을 꺾겠다는 야심을 불태웠다. 그러나 90년대들어 미국의 베이비 부머 세대들이 경제전선에 뛰어들 때 일본의 주요인구층은 늙어갔고, 그 결과는 일본 경제의 장기침체였다.
일본보다는 20년, 미국보다는 5~10년 늦었지만, 한국도 6.25 이후 출산률이 높았다. 그 연령층이 한국 경제발전의 주역이었고, 민주화의 원동력이었다. 미국과 일본의 베이비부머들이 늙으면서 나타나는 경제 및 사회현상을 보면서 한국 사회의 고령화와 그 대비책을 생각해본다.
뉴욕=김인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