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사상최대의 체불임금(사설)

체불임금 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2천억원대에 육박했다. 추석(9월16일)을 20여일 앞둔 시점에서 또 하나의 우울한 소식이다.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7월말 현재 전국 5인이상 사업장 1천2백41개소에서 모두 1천9백43억원이 체불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역별로 보면 임금 7백13억7천만원, 퇴직금 1천22억4천만원, 기타 수당 2백6억7천만원으로 되어 있다.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 수는 5만6천7백15명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체불총액은 1.4배, 체임근로자 수는 1.5배 가량 증가했다. 체불임금 총액은 노동부 집계이래 가장 규모가 크다. 이것도 노동부에 신고된 사업장만을 따진 것으로 실제 체불액과 8월말분까지 포함하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불황과 기아사태 등 대기업의 잇단 부도여파 탓이다. 노동부는 체임해소 대책으로 오는 9월1일부터 13일까지 특별기동반을 편성, 운영한다. 체임청산 및 예방을 위해서다. 자금압박, 또는 경영상 애로업체에 대해선 생산에 직접 관련이 없는 부동산 매각을 유도하거나 은행융자 지원을 통해 청산토록 할 방침이다. 폐업 등으로 자체 청산 능력이 없는 업체는 사업주의 사유재산을 추적키로 했다. 이밖에 원·부자재 등 담보물건 미설정 유체재산에 대한 양도증서를 받아 해결하는 방법도 동원되고 있다. 임금체불 후 도주하거나 상습체불 업주는 구속을 원칙으로 했다. 모두가 다 원론적이고 단기적인 처방이다. 체임이 이처럼 급증하게 된데는 정부의 책임도 크다. 경기불황은 어쩔 수 없다고 치자. 올들어 잇달은 대기업 도산의 처리과정에서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기아사태만해도 그렇다. 벌써 몇개월째 「경제 논리」대로 놔두는 바람에 1만7천여 협력업체들은 고사직전이다. 이미 부도로 쓰러진 업체만도 엄청나다. 정부는 금융대란설이 현실로 다가오자 부랴 부랴 자금지원·환율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뒷북치기다. 체임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금이 원활하게 돌아 갈 수 있도록 해 줘야한다. 지금 은행에는 돈이 남아 돌고 있다. 그러나 요즘 같은때 중소기업이 은행돈을 빌린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체임을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이 65.0%로 으뜸이며 다음이 건설업의 19.3%로 돼 있다. 그만큼 돈이 생산현장에 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부의 근본적이며 종합적인 대책이 나와야 할 때다. 근로자들에게 이번 추석한가위를 한숨과 탄식으로 얼룩지게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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