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5할 승리'의 의미

어떤 경쟁이든 참여자들은 승리를 간절히 바란다. 승리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신승(辛勝)도 있고 낙승(樂勝)도 있다. 운까지 따라주면 완승(完勝)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떤 승리가 가장 바람직할까. 그 해답은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400여년전 일본의 전국시대. 다케다 신겐 진영은 오다이하라 전투에서 완승을 거두었지만 다케다의 군사(軍師) 야마모토 간스케만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야마모토는 "완승은 반드시 완패를 낳는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아니나 다를까 다케다군은 얼마 후 벌어진 전투에서 참패를 당한다. 교만해질 대로 교만해진 다케다군은 척후병조차 보내지 않고 전투를 시작했다가 치욕적인 패배를 경험한다. 야마모토는 다케다에게 '가장 바람직한 것은 5할의 승리'라고 가르친다. 5할의 승리는 바로 신승이다. 팽팽한 접전을 펼친 끝에 어렵게 따낸 승리다. 그래서 신승은 겸허한 마음과 함께 다음 전쟁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준다. 반면 10할의 승리는 교만을, 7할의 승리는 게으름을 낳는다. 둘 다 경계해야 할 유형의 승리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이번 선거에서 신승을 거두었다. 득표율도 49%로 명실공히 5할의 승리다. 절반의 득표율은 노무현 당선자에게 여러 의미를 던져준다. 우선 교만해서도 게으름을 피워서도 안 된다는 엄숙한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대다수 지지자들은 개혁과 원칙에 대한 열정을 높이 샀기 때문에 노무현 당선자를 선택했다. 당선자가 개혁을 추진하고 원칙을 지켜나가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여소야대 구도를 비롯해 장애 요인이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해서 원칙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원칙 그 자체가 노무현 당선자의 존재이유이기 때문이다. 당선자는 또 '5할의 패배자'라는 입장에서 국정을 풀어나가야 한다. 유권자 가운데 절반은 다른 후보들을 선택했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인사문제 등 현 정권의 실정이다. 이런 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할 때 당선자가 주장하는 '국민통합'은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 16대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이나, 패배한 한나라당 모두 5할의 승리가 주는 교훈을 곰곰이 되새겨야 할 것 같다. 정문재<경제부>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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